서진모의 세상보기(25)

미국 맥도널드 회장 2000억 기부를 보며

나는 최근 한 인터넷 신문에서 ‘유산 2,000억 원 기부하고 하늘로 간 사람’이란 기사를 보았다. 참으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사 내용에 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억만장자 임에도 평생 너무나 검소하게 살아 주변에서 불쌍한 ‘스쿠르지 영감’으로 불렸던 미국의 98세 노인이 2,000억 원에 달하는 유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나 감동을 주고 있다.

시애틀타임스는 26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지난 9월, 98세의 나이로 별세한 잭 맥도널드가 평생을 모아온 1억 8,760만 달러(우리돈 약 2000억원)의 공익신탁금이 그의 유언에 따라 시애틀아동연구기관, 워싱턴대 법대, 구세군 등 3개 자선단체에 각각 기부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맥도널드의 이 공익신탁금은 올해 워싱턴주에서 기부된 금액 가운데 가장 많으며 미국에서도 6번째로 많은 금액이라고 시애틀 아동연구기관은 전했다.

그 노인은 평소 팔꿈치에 구멍이 난 스웨터를 입고 꼼꼼하게 할인쿠폰을 모으는 등 검소한 생활을 고집해 가난한 ‘스쿠르지 영감’으로 불렸다. 노쇠한 몸을 이끌고 대학동창회에 갈 때도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탔다. 이 때문에 주변인들은 모두 그를 거지같이 ‘가난한 노인’이라고 오해했을 정도였다.

그는 언제나 선행을 베풀어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독신으로 살다, 56세 때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여성 매리 캐서린 무어를 만나 늦은 결혼을 했다. 현재 미국 유타주에 살고 있는 의붓딸 리젠 데니스가 새 아버지에게 많은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버진 왜 더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지 않냐”고 묻자 맥도널드는 “있는 이대로가 행복한 법”이라고 말했다고 데니스는 전했다. -

우리나라에도 故 유일한 박사(유한양행 창업주)처럼 자식들에게 유산 안 물려주고 재산을 사회에 전부 환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식에게 돈과 재산 많이 물려주는 것은 자식에게 아편덩어리(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고 경고하신 옛 신라의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 말씀이 생각난다.

필자가 얼마 전에 본 칼럼란에 쓴 기사, ‘누가 최형규(崔亨圭) 선생을 아시나요?’라는 칼럼의 주인공 최형규 선생도 미국 잭 맥도널드 못지않은 훌륭하신 자선의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 어른도 최치원 선생의 후손이다.

거금 300억 이상을 장학재단에 선뜻 내어놓고 6천여 명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세상을 떠나신 故최형규 선생의 장남인 최효종(崔孝鍾) 서울 형애장학회 이사장도 아마 훗날 큰 자선사업을 하여 사회적 존경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진 자와 힘 있는 사람들은 가능한 많이 베풀어야한다. 필자가 잘 아는 지방의 한 친구는 재산이 엄청 많은 할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의 유산만 해도 수백억 재산가였는데 그러다보니 그는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여 돈을 벌 이유가 없었으며 고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돈이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색하게 살았다. 그 많은 돈을 불우 이웃돕기나 자선사업 등에는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전부 먹고 마시며 여자와 마약에 쏟아 부은 향락의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원랜드에 몇 년간 출입하면서 돈을 탕진하기 시작하였고 큰 빚까지 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중풍까지 맞고는 비관하여 결국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한 불행한 종말을 맞게 되었으니 얼마나 비참한 인생으로 전락했는가?

내가 앞에 쓴 미국노인의 이야기와 그 친구의 인생 스토리는 정 반대다. 나는 그 친구의 향락과 몰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돈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 참 행복 아닐까? 그리고 가난하다고 좌절하지 말고 부자라고 교만하지 말고 서로 돕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없는 돈에 억지로 빚까지 내어가며 고급 자가용을 구입하려는 것도 일종의 허영이다. 돈 없으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어떤가? 故 최형규 선생은 돈이 아깝지 않아 300억을 장학금으로 내놓았을까. 맥도날도는 돈이 없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좋은 차가 없어서 버스나 택시를 자주 탔을까. 아끼고 절약, 저축한 돈 모두 다 불우한 사람들 위해 값지게 던지고 하늘로 간 기부천사들은 아마도 천국행 티켓 1순위가 됐을 것이다.

있을 때 잘해야 복도 받고 자식들도 잘된다. 돈! 돈으로 하여 머리가 돈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세상에 평생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난 맥도널드나 최형규 선생 같은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살맛나는 사회가 유지되는가보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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