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21)

요즘 한국사와 인문학의 붐이 일고 있다. 이제 대입수능시험에 인문학과 한국사의 문제가 필수적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 교과서가 엉망진창 이라니 걱정이다. 우리의 주변에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기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특별한 글을 쓰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과 언론들도 우리의 역사와 인문학이 왜곡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질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오늘 그에 따른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호 칼럼에 내가 쓴 ‘누가 최형규 선생을 아시나요?’라는 글을 읽었다는 한 독자, 그 재단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한 사람이 걸어온 전화 때문이다.

그는 “저도 그 형애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나왔는데 그분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같은 인물이라고 알려진 최인규 전내무장관의 동생이 맞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어떤 책에 보니까 그런 글이 담겨있었다”고 대답을 하였다. 나는 즉시 고 최형규 선생의 장남(최효종씨)과 조카(최만종씨)를 만나 과거 중앙일보사가 발행한 그 책을 한권 받아 읽어보니 정말 그런 놀라운 내용이 들어있었다.

군사 혁명 재판 때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꾸며졌을 가능성의 공소장 내용만을 근거로 당시 최인규 장관의 장남(현,미국거주)이 중학생이었을 때 국어선생의 그런 말을 들은 그 어린 소년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고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소년의 어머니(최장관의 부인=강인화씨)의 눈물로 쓴 육필 수기에 담겨 있었다. 얼마나 원통하고 한(恨)이 맺혔으면 미망인은 그 안타까움을 글로 남겼을까?

나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목이 메었다. 어쨌거나 그건 정말 잘못된 유언비어(流言蜚語)임을 나는 단언할 수가 있다. 유명 칼럼니스트(조갑제씨)가 쓴 책에도 분명히 나와 있고 필자가 수차 만난 적이 있는 자유당 시절 명동파 주먹보스 故이화룡씨의 생전 주석(酒席)말도 일치를 했고 다른 여러 기록에도 보면 당시 최인규 내무장관은 3.15 부정 선거에서 지도 감독 도의적 책임 장관일 뿐 결코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라고 발포 명령을 한 어떤 증거도 없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장로로서 서슬 푸른 혁명재판부가 여러 사람을 무차별 죽일 것만 같아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심정으로 “모든 건 다 나의 부덕한 소치이다 내 부하들은 모두 살려달라”며 자유당 독재정권의 십자가를 스스로 메고 처형을 당했음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왜곡된 역사의 길목에서는 시대의 바람꽃으로 사라진 최전장관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과 같은 인물로 취급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할 선생들까지 그렇게 함부로 오도(誤導)를 하였으니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 그러지 않아도 요즘 여기저기서 과거 군사 재판 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 유족들이 재심청구를 하여 속속 무죄 판결을 받아내어 잔인무도한 군홧발에 짓밟혔던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가 수십억씩의 배상을 해주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최후의 심판은 진실 속에 숨어있기에 산자는 말을 해야 한다. 그때 그가 그렇게 처형되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사정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최인규 전 내무장관 유족들, 당시에는 피 할 수 없던 운명의 태풍 앞에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을 그들도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용기를 내어 그 어른이 발포(發砲) 명령을 내린, 이른바 3.15.사태의 ‘원흉(元兇)’이 아니었음을 재심청구로 밝혀내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신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아직도 마르지 않았을 아버지의 피맺힌 영혼의 눈물을 닦아드리길 국민의 이름으로 권유 드린다.

한 맺힌 사람의 가슴에 엉킨 피는 천년을 가도 벽옥(碧玉)처럼 푸르고, 진실은 가려져 있을 때는 거짓으로 보이게 되어있다. 따라서 필자는 논픽션 작가로서 역사의 진실(眞實)구현 사명감을 갖고 ‘시대의 바람꽃 최인규’란 제목의 책을 펴내고 싶다.

백년전 프랑스의 언론인 작가 에밀졸라(Emile-zola)가 군사재판에서 억울하게 종신형을 받은 ‘드레퓌스대위’ 사건의 객관적 진실을 가지고 ‘나는 고발한다!’라는 통렬한 글의 외침으로 책을 펴내어 무죄를 이끌어 세상을 감동 시켰듯이 우리 한국사의 바른길을 위하여 서도 나는 기필코 역사에 남을 그 책을 펴낼 것이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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