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19)

지난 수개월간 원전이 짝퉁부품 납품사건으로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KTX가 또 야단이다. 역시 짝퉁 때문이란다. 부품을 납품하면서 국산을 수입품으로, 재고품을 신제품으로 속인 업자와 이들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한국철도공사 직원 2명 등 모두 14명이 검찰에 입건됐다.

검찰은 최근 사기,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납품업체 관계자 7명과 뇌물 수수 등의 협의로 한국철도공사 임원과 직원 2명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6개 업체는 2009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수입신고필증을 위·변조해 국산을 수입품으로, 재고품을 신제품으로 속여 납품해 1400만~3억원을 챙긴 혐의다. 국민들은 부정 비리의 연속극을 보는 느낌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납품업체 대표 손 모씨는 제동장치 관련 부품을 납품하면서 수입신고필증 5장과 품질보증서 4장을 위조해 국산부품을 수입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혐의다. 이 중 업체 4곳은 서류회사를 설립한 뒤 납품대금 19억원을 횡령하고 85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금포탈을 하거나 65차례나 담합해 부품 단가 43억원에 이르는 입찰을 방해한 혐의다. 그야말로 간이 배밖에 튀어나온 사람들 같다.

한국철도공사 임원 A씨는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장 재직 시 납품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에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또 한국철도공사 B씨는 차량 기술단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업체에서 천백만원을 받은 뒤 부품구매계약서 파일이 든 USB메모리를 건네준 혐의다. 먹이사슬의 진면목들….

이번 수사를 통해 23개 품목 8246개의 재고품, 6개 품목 9275개의 국내산 부정부품 등 모두 29개 품목 1만7521개의 부품이 부적절하게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다. 3개 품목 2607개는 같은 방법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도 납품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게 예사로운 일인가? 이러다 보니 ‘안전사고’는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

확실하고 안전한 부품을 사용해도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판국인데 돈에 눈이 어두워진 인간들의 이런 불법행위는 절대로 방관하거나 가벼운 처벌로 다스리면 안 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돈 얼마에 팔아넘기는 것 같은 작태들의 뿌리를 뽑으려면 무거운 형벌로 다스려야한다. 또 한편 국회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이 국정감사장에서 질책한 사건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의원이 치밀하게 밝혀낸 불법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어떤 회사들은 허위 서류로 꾸며진 부품 납품이 되었다는 기가 막힌 현실에는 할 말조차 없을 지경이다. 이런 저런 안전 불감증 환자들의 간 큰 짓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이 마치 짝퉁 전성시대 같다. 어찌하면 좋은가? 달리는 열차도 ‘짝퉁부품’ 위험하기 그지없는. 원전도 ‘짝퉁부품’ 이러니 시중에서는 “이러다가 사람도 짝퉁인간이 나오겠다”는 소리가 난무한다. 한때 유행했던 대중가요 가사에 보면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란 가사가 있다. 지금의 세상을 꼬집은 것이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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