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호 소방방재청장

1등 기술, 1등 국가를 꿈꾸는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앞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의 연구개발(R&D)도 이런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국가는 R&D를 할 경우 그 결과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R&D는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지난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했듯이 최근 5년간 이뤄진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절반가량이 특허나 실용화 등의 성과 관리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 등 안전분야의 경우 R&D 특성상 사업화가 어렵더라도 실용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 재난·안전분야의 R&D는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잠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 게다가 최근 재난안전 신기술개발, 안전문화 창출, 미래재난대비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연구도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예산 총 16조 8,777억 원 중 소방방재청 R&D 예산은 275억원으로 정부 총 R&D 예산의 0.16%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연구환경이 열악하다는 사고를 가져서는 곤란하다. 연구비가 부족해도 우수한 성과물을 도출하여 이를 토대로 예산확대 등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책정된 예산을 가지고 연구한 성과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냉정히 따져 보아야 한다. 만약 그 성과들이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면 파급효과가 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선별, 우선순위를 두는 등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성과 창출 극대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해 각 부처에서 개별 시행하는 재난·안전분야의 기술개발 R&D 예산은 모두 2,089억원이다. 이는 과학적 재난관리시스템의 정착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 공공안전과 복지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소방방재 전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향후 소방방재 및 안전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

특히 초고층 빌딩 및 지하 복합건축물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집지역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실용적인 소방안전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를 줄이는 기술 ▲물놀이사고, 등반사고 등 인적재난의 안전관리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소방방재 분야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과학적 재난관리 역량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발로 뛰던 복구중심의 재난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후 및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재난발생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발생가능한 대규모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기본적인 기술 개발과 미래형 정책방향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구조·구급서비스를 선진화하기 위하여 119 응급의료 이송체계와 현장중심의 긴급구조 대응능력을 높이는 연구개발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이밖에 현장 중심의 소방력 운용체계 마련을 위해 소방인력 양성과 근무체제 개선, 소방 보조인력 활용, 소방 사각지대 해소 등의 연구개발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오는 법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미리미리 찾아가는 연구개발(R&D) 실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만이 재난·안전분야의 창조경제 블루오션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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