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한울 제1~3사업소 안전관리자 | 박이현 과장, 이상헌 과장, 강경석 과장

 


원전의 경우 워낙 시설규모가 크고, 다양한 산업이 집약돼 있다 보니 체계적인 안전활동을 전개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이 같은 점에도 불구, 원전 내에서 빈틈없는 안전관리를 펼치고 있는 안전관리자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본부 내에 위치한 한전KPS 한울 제1~3사업소의 박이현 과장(1사업소), 이상헌 과장(2사업소), 강경석 과장(3사업소)이다.

이들은 모두 관련 경력만 20여년에 달하는 베테랑으로, 원전설비 관련 안전관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연이은 원전 사건사고로 높아진 국민들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안전관리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 3명의 안전관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Q.울진 한전KPS 및 각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이현 : 한울원자력본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울진 한전KPS는 제1사업소, 제2사업소, 제3사업소 등 3개 사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저는 제1사업소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1986년 6월에 발족된 사업처 및 제1사업소는 1989년 10월 한울 원자력 1·2호기(제1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상업운전에 돌입, 올해로 벌써 2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이상헌 : 제2·3사업소는 제가 설명을 드리지요. 제가 맡고 있는 제2사업소는 1997년 8월에 사업장이 발족됐고, 1998년 8월에 3·4호기가 준공되면서 상업운전이 시작돼 올해 15년차입니다. 다음으로 5·6호기가 있는 제3사업소는 2004년 7월에 발족해 역사가 10년이 조금 못됩니다. 이곳에선 막내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3사업소의 안전관리자는 강경석 과장님입니다.

Q.원전 내에서 한전KPS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박이현 : 크게 원전의 유지 정비와 계획예방정비가 주요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Unit별로 매년 30일 전후의 공사기간으로 시행되는 계획예방정비가 핵심 업무지요. 원전의 경우 초대형설비들이 많은 종합 플랜트 사업이다보니 본래의 유해위험요소가 상당한데, 계획예방정비 때는 광범위한 점검이 펼쳐짐으로 인해 일일 투입되는 인력만도 일평균 700명에 달합니다.

즉 장비의 위험에 인적위험도 더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방정비기간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경석 : 조금 덧붙여 설명하면, 1차 구역 경상 기전설비 정비와 개보수공사, 취수구공사, 갑을종 보호계전기 정비 등도 저희가 평상시하는 업무입니다.

Q.주요 점검항목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각 점검에는 어떠한 위험요소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상헌 : 사실 저희의 점검항목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꼽아보면 원전연료취급 및 부대설비 점검,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펌프류 점검, 증기발생기 및 열교환기 점검, 주증기 밸브 등 1·2차측 밸브 점검, 주급수 펌프 및 2차측 펌프류 점검 등이 있습니다.

각 점검마다 다양한 위험요소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고소, 중량물, 고압, 고온, 고전압, 협소지역, 밀폐구역 등의 위험이 상당합니다. 특히 1차 측은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점검 시 절차와 규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습니다.

박이현 : 원자력발전소는 발전설비들마다 각각 안전성등급과 함께 작업의 긴급도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설비의 돌발 고장 시 긴급 작업이 많은데, 이때 위험이 꽤 높습니다. 또 원자력발전설비의 경우 대부분이 우리나라 표준설비보다 큰 초대형입니다. 게다가 플랜트설비 자체가 복잡·다양하다보니 이에 대응해 맞춤형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Q.안전시설이나 안전활동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이상헌 : 우선 현장 주요 지점에 ‘비상 안전장구함’을 전진 배치해 긴급시에는 물론 일상 정비 중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작업 전 주요 작업의 안전허가 및 TBM(PJB) 활동, 작업전 위험성평가 및 안전점검, 안전작업구역 확보 등을 통해 모든 작업이 철저히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요 작업 공정에는 관리감독자나 안전관리자가 필히 입회하여 작업을 관리·감독합니다.

강경석 : 이런 안전계획이나 점검부분 외에 시설적인면에서도 상당히 철저를 기하고 있습니다. 개구부 안전조치, 고소작업 안전대착용, 수직사다리 추락방지대 설치 등은 기본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필수 보호구에 대해서는 보다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일례로 중량물 인양장구는 매년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별도 공사시에는 공사 시작전 사전 인양장구 안전성검사를 재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색깔표시로 검사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검사 불량품은 바로 폐기처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이현 : 이외 시스템적인면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도에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18001)을 도입, 인증을 받아 올해 9년차 운영 중에 있습니다. 도입 당시 문서화와 절차준수에 많은 장애와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처·소장님의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잘 정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Q.산업안전과 관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박이현 : 지금도 말로는 안전보건이 최우선이라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행을 위한 기반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기에 조직과 인력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일례로 안전보건관리자의 경우 엄연한 기술자임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사무행정인력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내부적인 보강도 시급하나, 우선은 이에 대한 법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경석 : 저는 안전관리비 사용에 대한 규제 개선을 요청합니다. 갈수록 안전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데, 이와는 반대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기준은 불가내역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적극적이고 다양한 안전활동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향후에는 안전관리비 사용 범위를 넓혀주었으면 합니다.

이상헌 : 두 분께서 제가 하고픈 말을 다 해주셔서 평소 바람을 하나 말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산업경제적인 면에서 선진국에 도달했음에도 여전히 후진적인 안전사고가 다발하는 이유는 결국 안전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안전교육이 필수인데, 이미 산업현장에 발을 들여놓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그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의 경우 이미 쉽게 고칠 수 없는 습관이나 가치관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앞으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기안전교육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Q.무재해를 꿈꾸는 모든 현장에 조언을 한마디 하신다면?

강경석 : 저희 사업장의 경우 2008년 7월 19일 무재해를 개시해 올해 4월 12일 무재해 6배를 달성했으며, 오는 11월 26일이면 무재해 7배를 달성하게 됩니다. 위험요소가 매우 많은 원전임에도 무재해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안전을 실천해왔고, 안전관리자만이 아니라 현장 모두가 함께 안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한다면 무재해를 꼭 손에 넣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상헌 : 저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안전경영 자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책임자는 직원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에 한사람이라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인간존중의 안전제일’과 ‘소통과 화합’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책임자가 앞장서지 않으면 사업장은 결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책임자가 안전을 향해 마음을 열면 노사가 화합하게 되고, 결국 무재해 달성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들은 안전보건을 자신과 동료의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무재해 운동을 능동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안전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쟁취하는 것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박이현 : 안전보건은 조직과 체계화가 중요합니다. 저희 사업장의 경우 ‘정비 품질은 우리의 얼굴, 안전보건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 하나의 확고한 방침 아래 모든 임직원이 협력을 하니 기대보다 더 큰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공통의 안전목표를 정하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면 다른 사업장들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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