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사업주는 이윤이 있는 곳이라면 과감한 투자를 단행, 더 큰 이윤을 취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근로자의 안전이 그 목적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업주는 명확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 이것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비용이 투자인지 소요비용인지에 대한 확실한 주관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 시간, 금전, 노력 등에 손해를 가져오는 요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이 도래했을 때마다 기업들은 긴축재정의 1순위 항목에 안전관리 비용 절감을 올려 놓는다.

수많은 안전 전문가들은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사전 관리비용이 산업재해로 인한 사후 처리비용보다 적게 소요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비용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명확한 주장에도 불구 안전을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안전에 대한 투자 성과가 확연히 눈에 보이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소극적인 가치평가로 인해 국내 안전수준은 취약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의무는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투자만 한다면 그 의무를 완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안전비용은 이윤의 최대화를 위해 가장 소극적으로 반영되는 예산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안전에 대하여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줄 지표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보다 산업안전을 앞서 시작한 일부 선진국들은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안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비용편익분석’이나 ‘비용효과분석’을 판단 지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은 안전비용에 대한 결과나 효과를 화폐단위로 환산하여 비용보다 효과가 큰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는 비용과 편익의 현재가치를 비교하여 편익에서 비용을 뺀 가치가 ‘0’보다 큰 대안을 선택함으로써 투자 가치를 한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투자 가치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비용효과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은 비용편익분석이 갖는 정량화의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안전관리 효과를 화폐 단위로 계량화하지 않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우선순위를 비교하여 대안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는 비중의 경감 정도를 상대적으로 좀 더 쉽게 비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화폐단위로 정량화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렇듯 정량적 또는 정성적인 방법은 사업주가 안전관리를 기업 이윤과 연결하여 평가를 함으로써 투자를 이끈다는데 목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비용편익분석이나 비용효과분석을 통해 경제적 이윤 여부에 따라 투자 가치를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산업안전은 인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명을 보호하고 작업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이유다. 즉 효과 여부를 따지기보다 자발적으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그 이념과 더욱 맞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냉혹한 자본주의 시대에서 안전 이념 하나만으로 기업이나 사업주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만 한다. 보다 설득력 있는 시장논리를 이용해 안전이 기업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사업주들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현재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속 가능한 재해율 감소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안전에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비용 투자의 합리적 판단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지표 모델이 조속히 개발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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