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근 근로복지공단 창원산재병원 영상의학과장

몸이 불편하거나 건강진단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 흔히 X-선 촬영을 받게 된다. 그러나 X-선 촬영은 방사선 때문에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고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신문이나 방송 보도에 의해 의료기기를 통한 방사선 과다노출의 위험성이 알려진 후, 방사선 피폭 장애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급성 증상은 원폭 투하나 원전 사고처럼 대량 피폭의 경우에만 발생한다. 의학적 검사 같은 소량 피폭으로는 아무런 장애도 오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1,000mSv(방사능 단위)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받으면 구토,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의 두 배인 2,0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망 가능성은 5% 정도이며, 7,000mSv 이상의 방사선을 받으면 100%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을 때 찍는 일반 흉부 X-선 촬영의 방사선 노출량은 고작해야 0.1~0.3mSv 정도다. 게다가 피폭량이 많다고 하는 복부 CT 역시 10mSv 수준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아무리 많은 X-선 검사를 받는다 해도 급성 증상이 올 가능성은 없다. 참고로 우리가 지각하지는 못하는 가운데 생활환경으로부터 받는 자연 방사선량은 연간 2mSv 정도일 뿐이다.

방사선을 대량으로 받으면 급성 증상 외에도 장기적으로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조사나 동물 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도 경우에 따라 암이 발병되는데,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면 그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물론 소량의 피폭도 유전자에 변이를 줄 수 있고 거듭하게 되면 축적 효과가 나타난다. 방사선 피폭량이 200mSv 이상이면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데 1,000mSv에 이르면 10∼20년 뒤 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 정도 높아진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자의 방사선 노출량과 암 발생 관계로부터 추산해 낸 계산법을 사용한 것으로, 병원에서 진단용 방사선 검사로 암 발생률이 증가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방사선 검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진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할이 증대됐다. 방사선 검사를 통한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CT 검사는 그 피폭량이 일반 촬영보다 많기 때문에 너무 자주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때에는 방사선 피폭과 검사를 통한 이점 대비 효과를 따져 검사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아의 경우 방사선이 없는 초음파나 MRI 혹은 방사선량이 낮은 단순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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