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김은경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40세 이후의 얼굴에는 타고난 생김새뿐만 아니라 건강상태, 성격, 인격까지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사는 well-being,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well-dying과 함께 젊었을 때부터 멋지게 나이 드는 well-aging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공과의 특성 상 근로자들의 직장을 직접 찾아가서 다양한 직군,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성인들의 경우에는 첫인상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감이 온다. 원리는 간단하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얼굴에 있는 20여개의 근육은 안면신경의 영향을 받아 표정을 조절하게 되는데 세월이 흐르면 평소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근육이 정착하게 된다.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거나 근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미간과 이마에 주름이 잡혀있고, 입 꼬리가 내려가 있다. 이들은 본인이 하고 있는 일과 처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조언은 잘 듣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 음주나 흡연을 즐기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간 기능 이상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긍정적이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의 경우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고 눈가에는 웃음 주름이 잡혀 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질병에 걸릴 확률도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낮다. 설사 유전적 요인에 의해 질병이 찾아온다 해도 의사의 권고에 따라 본인의 생활습관을 잘 바꾸고 긍정적으로 극복해내곤 한다.

나는 과연 어느 쪽에 속할까? 거울을 한번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나이 들기’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 등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긍정적인 가치관이 하루하루 축적되면 화장이나 성형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백만불 짜리 건강한 표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온화하고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이 가득하게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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