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의섭 안전제도과장 | 소방방재청

지난 5일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다. 이제 꽃샘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완연한 봄기운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1월 상순까지 찬 대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지속되었다. 지난 1월 3일에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16.4℃까지 내려가면서 27년만에 1월 상순 최저기온을 기록하였다. 반면에 1월 31일에는 서울의 최고기온이 11.5℃를 기록하여 1월 최고기온을 경신하기도 했다. 또 겨울철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강수량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난 겨울의 ‘널뛰기 기온 특성’과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으로 인하여 올해 해빙기 사고의 가능성은 그 어느 해보다 증대되고 있다.

기온이 0℃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지표면 사이에 남아 있는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토양이 평균 9.8% 가량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이 발생한다. 이 얼었던 지반이 해빙기 봄기운에 녹으면 머금고 있는 수분양이 증가하면서 축대, 옹벽, 공사장 흙막이 등이 약해지게 되어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 6년간(2007~2012) 축대·옹벽, 절개지 붕괴 등 해빙기 안전사고로 추정되는 사고가 66건에 이르며 사상자도 39명(사망 15명, 부상 24명)에 달했다. 특히, 사상자 39명중 35명(12건)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것을 보면, 공사장에서 해빙기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해빙기 안전사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하여 매년 해빙기 대책기간(1.20~3.31)을 설정·운영한다. 시설·전기·가스 등 각 분야의 유관기관과 협력해 건설공사장, 절개지, 축대 등 해빙기 재난취약시설 2만여개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점검과 함께 건설공사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관계자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설물관리자와 공사현장책임자들의 관심이다. 시설물의 관리자나 공사장 책임자, 지자체 공무원들이 스스로 생활주변 및 산업현장의 안전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위험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제거해야 한다.

더욱이 공사현장책임자들은 해빙기 사고가 부실한 현장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안전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는 잘 구축·관리되고 있는지, 흙막이벽 등 기초시설은 설계대로 시공되었는지, 시설물 보강이 필요하진 않은지, 안전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 평상시보다 더욱 세심하게 현장을 살피고 독려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주변을 살펴 위험한 옹벽·축대 등을 발견할 시에는 즉시 관계기관 또는 시설물관리자에게 신고해야 한다.

해빙기 안전사고는 아무리 주의하고 노력해도 순식간에 언제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해빙기에는 평소보다 더 주변의 안전에 관심을 갖고 조그마한 징후에도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의 조그만 안전실천이 재난예방의 버팀목이 되고 나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