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창원산재병원 신경외과 이재규 과장

직업상 평소 무거운 물건을 자주 옮기는 구모(34) 씨는 6개월 전부터 발생한 허리 통증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다. 초기에는 업무 중에만 통증이 있었으나 점차 가만히 앉아 있기조차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척추 전문병원을 찾은 구 씨는 요추 MRI 검사를 한 결과 추간판 내장증을 진단받았다. 내장증(內障症)은 말 그대로 척추 사이의 구조물인 추간판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척추 마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은 지속적 혹은 강한 외부 충격을 받으면 외측 섬유륜의 일부가 손상돼 염증반응을 일으켜 결국 주변의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같은 과정에 의해 추간판 내부의 수분이 점차 감소하면서 부드러웠던 추간판이 점차 딱딱해진다. 따라서 척추로 전달되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보통 만성 요통환자의 약 40%가 디스크 내장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추간판 내장증에서 병이 더 진전돼 추간판이 후방으로 밀려 나오게 되면 추간판 탈출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추간판은 인체의 압력과 하중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늘 충격을 받게 되는데, 특히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근로자들은 추간판 손상 위험이 더 크다. 또한 미끄러짐, 추락, 교통사고 등 짧은 시간 동안 큰 충격을 받게 되는 사고로 인해 추간판이 손상되기도 한다.

추간판 내장증은 일반적 만성요통에서 보이는 근력저하나 감각이상 등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같은 질환은 추간판 조영술이나 MRI 검사를 하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추간판 조영술은 병이 진행된 추간판에 약물을 투여해 평소와 같은 통증을 유발시켜 진단하는 방법이다. 또 MRI 검사를 통해 보면 정상 추간판은 백색으로 나타나는 데 반해 추간판 내장증의 경우엔 흑색으로 변색된다.

가벼운 추간판 내장증의 경우, 휴식을 통해 긴장된 허리를 안정시키거나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방법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허리를 숙이는 육체적 노동이나 장시간 운전 등 척추 및 추간판에 무리가 생길 수 있는 작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이런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때 실시하게 된다. 환자의 상태와 추간판의 병성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고장이 난 추간판을 제거한 후 유합술을 하거나 인공 추간판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에는 주사바늘이 달린 특수 카테터를 추간판 주변으로 찔러 넣어 약물을 주입하여 염증과 부종을 없애는 신경성형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수술하기엔 이르지만 통증이 심한 환자나 당뇨 및 심장질환 등의 기저 질환으로 전신마취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많이 권장하고 있다.

추간판이 후방으로 밀려 나오게 되면 척수 신경을 압박해 추간판 탈출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요통이 오래 지속된다면 한번쯤 의심해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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