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식 | 충청북도기업애로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2012년 11월 15일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 항공기(T-50B)의 추락사고는 정비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사고난지 12일 후인 11월 27일 정비사로부터 실수했음을 보고받은 정비사 상관이 자책감에 자살을 하였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필자는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추락한 블랙이글 항공기 1대값은 대략 400여억원이 되고, 한사람의 조종사를 양성시키는데는 대략 130여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어찌 이 아픔을 530여억원의 경제적 손실만으로 따질 수 있을까.

사고원인을 분석해보면 매우 허탈하다. 항공기의 상승·하강을 조종하는 피치조종계통을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길이 10㎝정도의 가는 철선의 차단선을 뽑지 않았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그 큰 항공기가 이륙한지 1분 10초만에 900여m 상공에서 급격히 하강, 추락했다. 어이없는 실수하나에 너무나 많은 걸 잃은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금할 길 없다.

이같이 단순한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생각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대형사고로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사고의 경우 결과가 사고에 그치지 않았다. 정비 시 잘못한 부하직원의 보고를 받은 상관이 후배실수에 대한 자책감을 견디지 못해 가족에게 유서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혀 예기치 못한 아픔이 연속으로 발생한 것이다.

안전사고는 이토록 큰 후유증을 낳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사고는 철저하게 예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는 이때, 위의 사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이번 사고는 산업현장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안전관계자들 및 안전기관의 전문가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2,000명이 넘고 부상자수는 100,000명에 이르며 경제적 손실은 무려 1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동안 화두가 되었던 동남권 신공항 총공사비가 10조원이라고 하니 신공항 하나를 건설하고도 남는 엄청난 재해손실액이다.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인적손실도 같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언제까지 지켜만봐야 할 것인지 안전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사고의 원인이 의외로 단순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지자체차원에서, 회사그룹차원에서 적극적인 사고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에 수반되는 예산도 필히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을 통제하고 지도안내하는 등의 안전활동이 모든 산업현장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것도 필수다.

우리 대한민국은 반드시 선진강국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역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는 차기정부에서 안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대책마련이 이뤄져 우리나라가 진정한 안전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길 간곡히 기원해본다.

소중한 인명을 구하고 경제적 손실을 없애는 안전문화가 정착된다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한 해에는 모든 사업장에 무재해라는 큰 결실이 이뤄지길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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