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석 소방방재청 대변인

최근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전열기가 과열돼 불이 났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선생님들과 어린이 등 100여 명은 평소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대피해서 화를 면했다. 이는 한 달에 두 번씩 꾸준히 실시해온 화재 대피훈련 덕분이라고 한다.

화재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100여 명이 있었다. 원생들이 등원을 시작한 오전 9시 30분쯤 갓 돌이 지난 유아들이 사용하는 교실 안에서 불이 났다.

날이 추워지자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에 교실을 따뜻하게 해두려고 선생님이 전열기를 켜둔 채 밖으로 나간 사이 불이 난 것이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어린이들은 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몸을 낮추고 입과 코를 손으로 막은 채 줄지어 밖으로 침착하게 빠져 나왔다. 큰 혼란 없이 대피가 이뤄졌고, 다행히 화재진압도 신속히 전개돼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사고가 마무리됐다.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화재 대피훈련을 매달 두 차례씩 실시했다고 한다. 훈련 중에는 불시 훈련도 있었다. 벨이 울리면 아이들이 맨발로 계단을 나와서 안전한 공간까지 대피하는 훈련을 반복 시행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비 요령이 어린이들의 몸에 베인 것이다.

지난 2008년에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8만여 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쌍자오 중학교에서는 단 한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의 목숨을 구한 일등공신은 예즈핑(葉志平) 교장선생님이다. 그는 3년간 40만 위안(한화 약 6천만 원)을 들여 학교 건물을 보수했다. 콘크리트 기둥을 넓히고 그 사이에 철근을 넣어 보강했으며 낡을 대로 낡은 화장실은 아예 없애버렸다.

또 매년 두 차례 긴급 대피 훈련을 실시해, 지진과 같은 재난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했다.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했는데도 2,300여 명의 학생들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 재난 대비와 교육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와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각종 재난사고는 복잡·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재난안전한국훈련’을 비롯해 ‘민방위 훈련’ 등 각종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훈련을 다소 귀찮게 여기며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 훈련을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재난 발생 시 많은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시켜 화마를 피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재난관리 담당자로서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뉴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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