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 |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매년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것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 됐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기상이변이 닥칠까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로 우리는 위기의 지구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싸스, 신종플루 등 각종 전염병과 다양한 희귀난치성 질환들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문명과 의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안전을 갈수록 더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인 ‘예방’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예방’이란 단어가 우리 주위에서 눈에 띄게 많이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국립재활원의 사업 중에도 중요 사업의 하나로 ‘장애예방’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등록장애인의 90%에 이르는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장애예방 홍보 및 교육 등을 실시하여 장애발생 감소 및 국민건강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또 이 사업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강사로 활동하는데, 이들의 활동은 장애인의 자긍심을 배양하고 원활한 사회복귀를 촉진한다. 특히 장애인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서 장애인 인권 차원에서 ‘장애예방’이란 용어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한다면 그 장애는 그 사람의 특성이자 개성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 그 자체도 존중 받아야 할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방은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을 말한다. 즉 예방의 대상은 질병이나 재해 같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미리 대처하여 막아야 할 것들인 것이다. 그래서 ‘장애예방’이라고 말하게 되면, 장애는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권 관점에서 보면, 장애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존중 받아야 할 개성이지 예방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장애예방사업’을 장애인권 측면에서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후천적 장애를 발생시키는 사고나 질병예방 사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국립재활원에서는 ‘장애예방사업’이 그 이름으로 인하여 사업의 의미가 오해받지 않도록 ‘장애발생예방사업’으로 부족하나마 그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하여 사고나 질병에 의한 후천적인 장애의 발생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 경우 앞서 말했듯 후천적 장애인 당사자분들을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인 강사들의 활약을 통하여 ‘장애발생예방사업’이 본래의 취지대로 잘 운영이 된다면, 후천적 장애로 우리 사회가 입게 되는 고통과 손실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되기를 기대하면서 장애예방강사들의 건투를 빈다. “장애예방강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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