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서울 강동소방서 예방과장

요즘 벌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나무 위에 수백 마리의 말벌들이 배구공만한 벌집을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고 받은 119구조대가 출동을 한다. 벌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화복을 입고 벌집을 떼려하자 말 벌떼가 맹렬히 달려든다. 벌집을 제거하는데 20여분이상 걸렸다.

서울 면목동에 한 주부는 ‘웅웅’거리는 소리에 부엌 쪽 창문으로 밖을 보고 기겁을 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손가락 크기의 말벌들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것이다. 잘못 건드려 벌에 쏘이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 주택가에는 벌떼 비상령이 내려졌다. 전국의 주택가 주민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의 말 벌떼 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말 벌떼 출현으로 출동한 건수가 최근 들어 2,000여건에 달한다. 올 들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70여명으로 지난해 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에만 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말벌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11월이 되면 여왕벌이 월동에 들어가는데 최근 겨울철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여왕벌들이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됐다. 여왕벌은 영하 20도에 4시간 정도만 나둬도 그대로 동사하는데 지구온난화로 한국의 겨울 기온이 평균 2도 정도 상승하면서 여왕벌이 얼어 죽지 않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도심외각의 산이나 공원 등 말벌의 주 서식지가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면서 말벌들이 먹이를 찾아 주택가로 내려오고 있다. 말벌은 썩은 생선이나 고기, 탄산음료 같은 음식 쓰레기까지 먹기 때문이다.

말벌에 쏘이면 기도가 폐쇄되는 호흡 곤란이 일어나게 되고, 반응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전신 알레르기 쇼크가 나타나서 혈압이 저하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말벌의 독은 일반 꿀벌에 비해 500배나 강해 서너 마리에게만 쏘여도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그만큼 사전예방이 중요한 것이다.

말벌에 쏘이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벌을 자극하는 짙은 화장품이나 화려한 색깔의 옷을 피하는 것이다. 또한 말벌은 먼저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마주칠 경우 가만히 지나기길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혹 실수로 말벌 집을 건드렸을 때는 바닥에 엎드려 옷 등으로 머리를 가리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이런 예방 수칙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벌에 쏘였다면 벌침을 제거 한 후 얼음찜질로 통증과 가려움을 줄이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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