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김종배

요즘 ‘개그콘서트’의 ‘네가지’란 코너 중 ‘촌놈’ 캐릭터를 즐겁게 본다. 그 ‘촌놈’은 항상 시골에 대한 편견과 무시를 담은 에피소드에 ‘우리도 27층 주상복합아파트에 살아!’, ‘우리도 학교에서 급식 먹어!’ 등을 외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 촌놈은 항상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한다. “촌에서 올라왔다고 오해하지 마라! 이래봬도 마음만은 턱(특)별시다!”

우리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구경거리 혹은 동정의 대상된다. 심지어 생산적인 일은 할 수 없는 무능력자(The disabled)로 오해받는다.

필자가 27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되었을 당시에는 혼자 이동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도, 개인용 컴퓨터도 없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건물과 대중교통은 생각치도 못할 때였다. 그러니 대학원에 다니다 다친 필자는 공부를 계속할 생각을 갖지 못했다. 직장에서 일 한다는 것도 꿈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필자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다친 후 16년이 지났을 때 공부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마치고, 대학에서 연구원, 교수로 일 하다가 3년전 귀국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27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의 몸 상태는 똑같다. 하지만 27년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각종 회의, 면담, 강연 등으로 누구보다도 바쁘게 일하며 지낸다. 27년 전 필자는 휠체어를 타게 되었지만 일을 할 수 없는 무능력자(The disabled)가 아니었다.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환경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Person with disability)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전동휠체어, 손가락을 전혀 못써도 컴퓨터를 불편없이 사용케 하는 컴퓨터보조기술,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등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필자 같은 사지마비 장애인도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니까 사회에서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장애인을 무능력자로 만드는 것은 환경만이 아니다. 촌에서 올라왔다고 무조건 초가삼간 산골마을에서 살다 온 것으로 오해하듯이, 사람들은 장애인을 30년 전 컴퓨터도 없고 휠체어도 없던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장애인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견이 장애인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필자는 서울시 봉사상 장애분야 대상이라는 상을 받게 됐다. 장애인이라서, 그리고 장애를 극복했다고 주는 상이 왠지 씁쓸했다. 나는 이제 별로 장애인이 아닌데,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할 뿐인데 왜 그게 ‘장애 극복’인가.

장애인도 환경이 개선되면 똑같이 일할 수 있다. 편견을 가지고 장애극복 운운하며 장애인을 무능력자로 만드는 많은 사람들에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도 판검사와 교수도 될 수 있고, 스키, 농구, 사이클 등 당신들이 하는 것 뭐든지 할 수 있어!”, “휠체어 탔다고 오해하지 마라! 마음만은 100m전력 질주하는 우사인 볼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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