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 서울 보라매안전체험관장

최근 화물차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대형사고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25톤짜리 화물차가 상주시청 사이클팀 연습현장을 덮친 사고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시속 70km로 달리던 중 DMB를 보다가 2차로를 달리던 선수들을 덮쳐버렸다. 그 사고로 장래가 촉망되는 여자 선수들 세 명이 사망했다.

대관절 TV가 무엇이기에 트럭을 몰면서까지 곁눈질을 한단 말인가. 운전을 하면서 TV를 보는 것은 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오락 프로그램을 본다든지 국회의원이 회의 도중에 드라마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언젠가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옆에 트럭이 짐을 싣고 가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보니 운전자가 TV를 시청하면서 운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운전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쟁터로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태연하게 눈요기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미국의 경우 휴대용TV는 커녕 내비게이션조차 없다. TV를 보면서 걷는 것도 다른 보행자나 도시 시설물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미국인들이다. 하물며 TV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하게 생각할까.

넓은 땅을 가지고 있어서 주행속도가 빠를 것이란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도 않다. 일부 구간은 50km 이상의 속도를 위반하면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구속이 된다. 벌금형도 무거워서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높다.

일본에서는 택시에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지만, 운전 중 TV를 보는 운전기사는 없다. 2004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및 TV시청의 금지와 5만엔 이하의 벌금 부과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꼭 법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운전 중 TV시청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또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안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일본인들의 모습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의 65.7%가 DMB장치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3명 중 1명은 실제운전 중 DMB를 시청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운전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하루 24시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처럼 천지에 TV가 널려 있는 나라도 없다. 집안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꼭 TV가 차지하고 있다. 외식을 나와서도 식당 TV를 보면서 식사하는 장면은 너무 흔해서 얘깃거리도 안된다. 지하철 밖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바닥에 TV 한 대씩을 올려놓고 마냥 흐뭇해한다. 기괴한 풍경이다. 운전 중 DMB를 시청하는 것은 이러한 일상생활 속의 습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운전 중 DMB시청 행위에 대해 범칙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이참에 아예 DMB 설치를 못하게끔 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은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자신 뿐만 아니라 남의 목숨도 담보로 한다. 심하게 말해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운전자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정부도 이에 대해 강력히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앳된 올림픽 꿈나무들을 떠나보내면서 유족들은 하늘나라에 가서는 부디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필자는 교통사고 없는 하늘에서라도 마음껏 자전거를 타라는 말을 이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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