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걸 한국산업간호협회 회장

사업장 현장은 물론 근로자건강센터 등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이들. 바로 산업간호사에 대한 얘기다. 이들은 근로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일하면서 건강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런 산업간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바로 한국산업간호협회다. 한국산업간호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1994년 설립된 이후 계속해서 근로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전개하는 등 산업보건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왔다.

본지는 김희걸 한국산업간호협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 성과와 함께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창립 18주년 기념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제2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협회의 창립 배경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협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입니다. 하지만 그 태동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대 말경에 근로자 건강관리 업무에 깊은 열정이 있던 몇몇 산업간호사들이 비공식적인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이 저희 협회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저희 협회가 창립된 것이지요.

Q. 현재 협회를 통해 어떤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계시며,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희 협회는 창립된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장기를 거쳤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저희는 그동안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는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보건관리자들이 각자의 소명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데 매진했습니다.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자료를 개발·보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이렇게 보건관리자들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직무스트레스 관리 등 근로자들을 위한 건강증진 활동에 나섰습니다. 아울러 2001년부터는 보건관리자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기술 지원사업도 적극 추진했습니다. 회원들의 직무역량 강화와 근로자건강 증진 사업에 협회의 역량을 집중한 것이지요.

저는 이제 협회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진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발 더 도약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협회는 보건관리자들이 직업건강의 전문가로서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가운데 외국 유관기관과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올해 서비스업 안전더하기 사업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정책은 제조업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배경은 경제성장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제조업을 근간으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급부도 생겼습니다. 바로 제조업에서 산업재해가 다발한 것이지요.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전보건 정책도 제조업 위주로 흘러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바뀐 것이지요. 즉 현재 서비스업의 경우 사업장과 근로자수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안전보건 지원이 어려워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서비스업 안전더하기 사업’은 소규모 서비스업사업장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업 안전더하기 사업의 핵심은 수행요원들이 사업장을 방문해 재해예방 자료를 제공하고 동종 업계의 사고사례를 전하면서 사업장 관계자들의 안전보건의식을 고취시켜 나가는데 있습니다. 안전보건 정보를 받아들일 시간과 여력이 없는 사업장에 이런 서비스가 제공됨으로 인해 산업재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그동안 소규모 사업장 재해예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특히 비제조업 산업재해예방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사업에 적극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Q. 보건관리자 선임업종 대상 확대 문제는 안전보건의 숙제 가운데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선임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와 이에 따른 효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사업장을 막론하고 근로자라면 누구나 정당한 건강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행 법령에서는 보건관리자를 배치해야 하는 업종을 제조업과 기타업종으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타업종에는 여행, 예술, 스포츠, 영화 등 일부사업만이 포함돼 있을 뿐이지요. 이에 보건관리자 배치 사업장이 건설업, 금융·보험업, 운수업 등 비제조업분야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보건관리자가 선임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재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희가 직업건강간호학회(구 한국산업간호학회)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보건관리자가 배치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보건수준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산재발생 건수를 비롯해 근로자들의 건강수준 등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이 업무를 전담할 보건관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저희는 보건관리자 선임 확대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길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피력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건관리자 전국대회를 개최해 건의문을 통해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조만간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계획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 협회 뿐 아니라 유관기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지요.

다시 말씀드리면 안전보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이 확대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업종의 근로자들이 건강관리 시스템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면 전반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되는 효과는 물론 산업재해 감소라는 궁극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수준에 대해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수준은 열악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입니다. 이는 지표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한 것이지요. 올해 1/4분기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총 21,177명의 재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온 재해자가 17,193명 입니다. 재해자 가운데 무려 81%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지요.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근로자 이직률이 높고 안전보건과 관련된 교육의 기회가 매우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부터 고용부는 안전보건관리자가 선임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지킴이 교육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그 효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맞춘 안전보건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언론매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장 관계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금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헌데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보면 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합니다.

사업주들이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지원을 지원이 아닌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단순하게 무상으로 지원되는 서비스조차 간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근래에 산재가 발생했던 기업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합니다.

바로 이런 사업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이 확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 변화 없이는 어떤 안전보건 사업도 성공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에 저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중대형 사업장과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규제가 아니라 관심과 지원이라는 감성적 접근과 설득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지요. 또 안전보건은 강제가 아니라 인간존엄을 위한 기본임을 사업주가 인식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노력은 정부나 몇몇 기관의 힘으로는 불가능 합니다. 사회 각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렇게 모인 힘이 처음에는 미약할 수도 있으나 점차 모이면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Q.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근로자건강 제도 중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는 특정 시간, 특정 장소, 특정 규모, 특정 업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시간, 모든 장소, 모든 규모, 모든 업종에서 전개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기업들에서 주야 교대근무를 비롯해 연장근무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건관리자는 주간에만 상주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년간 연수를 하면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았지만 특히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바로 야간 근무시간에도 보건관리자를 배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에서는 근로자가 재해를 당하면 담당 보건관리자가 치료, 재활, 복귀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합니다. 즉 건강관리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건강관리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보건관리가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제도들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안전보건관계자와 근로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보건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은 생명과 직결된 사항이고 인간존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기본적으로 견지할 사항입니다.

저는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긍심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안전보건 업무는 분명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근로자 안전을 지킴으로써 그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산업재해로 아픔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등 엄청난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보건관계자 여러분들은 이런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근로자 안전을 위해 더욱 매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근로자 여러분들은 나 자신은 물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안전을 생활화하고 실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사업주 여러분들은 근로자 한명 한명을 가족으로 생각하며, 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안전보건에 더욱 힘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한국산업간호협회도 근로자와 사업주 그리고 안전보건 관리자 여러분들이 이런 소명을 갖고 노력하시는데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희걸 한국산업간호협회장 약력

1982.2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졸업
1984.2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 졸업
2001.2 중앙대학교 간호학과 박사졸업

1996.3 ~ 현재 가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2002.2 ~ 2007.2 건강보험공단 만성질환관리사업 자문위원
2004.2 ~ 2007.2 근로복지공단 산재환자재활관리사업 자문위원
2005.2 ~ 2007.2 한국산업간호학회장
2010.1 ~ 2011.1 가천대학교 생활과학대학장
2011.2 ~ 현재 (사)한국산업간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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