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만 안전파트장 | 동우화인켐(주)

과학자들 말로는 식물들도 소통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무에 기댄 채 칼로 손을 살짝 베어 피를 흘린다면, 그 순간 나무와 연결된 검류계의 저항치도 순식간에 큰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나무들조차 칼로 손을 베면서 파괴되는 세포들의 신음소리를 어떠한 형태로든 인지하는 것이다.

요즘 첨단 IT세계에서는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소통이 마비되는 경우가 흔하다. 리더의 센스가 없다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소통은 마비되어 버리고 만다. 과거에는 국민들로부터 특정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정치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정보들을 폭주시켜 국민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 시대다.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 속에 마지 못해하는 소통들이 잘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전은 현재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산재율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잘못된 지식, 안전에 대한 무관심, 안전의 오판 등이 산재율이 높은 주 원인이라는 것이다.

배려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다. 이 세상에 가장 훌륭한 소통은 어머니와 자식 간에 이루어진다. 전혀 대화가 없어도 소통은 무리없이 이루어진다. 어머니와 자식간의 소통을 한 번 끊어보려고 했던 황제가 있었다.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 황제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말하는 언어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같은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갓 태어난 아기들을 엄마와 격리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6명의 아기를 엄마들과 격리해서 유모에게 맡겨봤다. 그리고 유모에게는 아기들을 먹이고 재우기만 하되 아기들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을 것을 명령했다.

황제는 애들이 커가며 무엇인가 말을 하지 않겠느냐 생각했다. 애들이 로마에서 태어났고 로마인이니 자연히 라틴말을 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6명의 아기들은 하나같이 쇠약해지다가 결국 한마디도 못한 채 다 죽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인간이 성장하는데는 젖이나 잠자리로만은 부족하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진하게 베인 의사소통이 인간생존의 필수였던 것이다.

안전도 소통이 필요하다. 지금껏 우리가 진행했던 안전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명령이나 강압적인 지시에 의한 안전이었다. 그러기에 안전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동료들의 안타까운 사고를 지켜보면서 다시는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한다. 하지만 냄비근성처럼 이같은 다짐은 금방 식어버린다. 그리고 동료의 안타까운 사고를 계속 지켜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안전제일이 실현되려면 안전에 대한 소통은 필수다. 그리고 이 안전에 대한 소통 속에 감동과 배려를 동반한다면 무재해 대한민국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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