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명 팀장 | (주)풍산 부산사업장 안전환경팀

까치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텃새로서 평지, 촌락, 주택가 등에서 소규모 무리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2월부터 5월 사이에 나뭇가지 등을 물어와 나무, 전주 등에 집을 짓고는 5~6개의 알을 낳는다.
까치는 나무의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예로부터 “아침에 까치가 울면 그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까치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하나의 길조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까치는 산업현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새는 아니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지난 3월 첫 주에 까치로 인한 소동이 한바탕 일었던 바 있다. 사원 식당 옆의 전주 위에 지어지는 까치집이 있었다. 그 크기가 점점 커지자 근심스러운 마음에 이틀에 한 번씩 제거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곳에 계속 집을 짓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까치는 결국 집을 다 짓고는 그 위에서 몇 마리의 무리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고압선 접속부가 까치의 배설물 등으로 부식되어 합선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800여명의 현장 근로자들은 전기없이 스팀으로 해결가능한 자장면으로 점심식사를 때우게 된 일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전기 화재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나뭇가지만으로 집을 짓던 까치가 요즘에는 근처 공사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철사, 젓가락 등의 쇠붙이도 물어온다. 그리고 도시철도의 가공전차선, 트러스, 일반 가정용 전주, 산업용 고압선 전주, 심지어 고층아파트 에어컨 거치대 등에 ‘철골목조건축물’을 짓는다.

이는 우리 생활 속에서 안전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정전사고로 인해 달리던 KTX고속열차가 정지하고, 고층아파트 승강기가 정지되고, 공장의 용탕이 굳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위험요인에 대한 복구공사를 하다보면, 추락, 감전 등의 산업재해가 발생되기도 한다. 까치로 인한 손실을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것이다.

까치 때문에 사람이 다치고,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어, 여러 군데 자문도 구하고 묘책을 강구해봤다.

사내 회의에서는 까치가 싫어하는 뱀, 독수리 모양의 모형을 만들어 전주에 부착시키자는 안도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근로자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팔랑개비를 설치해서 까치의 접근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까치가 근처에 오긴 하지만 집은 짓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팔랑개비가 고장 나면 이내 까치가 쪼아 떨어뜨려버린다 하니, 또 다시 대처방안 마련에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공사장 전주의 까치집에서 부화된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공사를 연기한 사례가 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건설업의 경우 공정의 연기 등이 가능하지만, 제조업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 만들지 않고 선적하지 않으면 내일이 없는 제조업의 현실 속에서 공정연기와 지연은 사업장의 존폐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전주 위에 지어지는 까치집을 보고 “올해는 재수 좋겠다”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단순히 까치 몇 마리의 행동이라고 넘기는 일도 많은데, 안전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에도 방심하면 안되는 것이다. 까치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위험요소가 된다면, 사전에 그 위험을 철저히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안전의 기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획기적인 까치집 “건축방지 방법”을 아는 안전인들은 이를 널리 홍보해 주었으면 한다.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산업재해도 예방하고, 까치집 때문에 고민하는 사업체 관계자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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