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을 지나 어느새 완연한 봄이 눈앞에 다가왔다. 자연 곳곳에선 겨우내 멈추었던 생명들이 새 숨을 내쉬기 시작했으며, 이런 새로움의 기운을 맞아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봇물처럼 늘고 있다. 바야흐로 이사의 계절 봄이 온 것이다.

 변함없이 순환되며 찾아온 봄이지만 우리네 이사 풍경은 세월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다. 70·80년대만 해도 건물 대다수가 중저층이다 보니 이삿짐 운반은 주로 사람들이 담당했었다. 하지만 1990~2000년 초고층·대단위 아파트가 주요 주거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이제 이사의 노동 핵심은 사람에서 리프트 등 기계로 옮겨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사의 필수요소인 이삿짐운반용리프트는 이삿짐 운반뿐만 아니라 화재 진압이나 간판설치 등에도 사용되면서, 최근 그 활용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삿짐운반용리프트(이하 고가사다리차)가 우리 생활에 밀접해지고 사용빈도가 높아지자, 이와 관련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이삿짐을 나르던 고가사다리차가 꺾이는 사고부터 시작해 이삿짐을 나르던 고가사다리차가 뒤짚이는 사고, 구입한지 한달된 고가사다리차의 붐대가 부러져 전신주를 덮치는 사고, 소방훈련 중 소방용 고가사다리차의 붐이 꺾이는 사고 등 최근 한 두달 동안에만 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사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고가사다리차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허술한 안전검사 실태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고가사다리차들은 출고 이후 한 번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에 있어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고가사다리차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노동부 고시 제 2008-74호)에 의해 2008년 7월 1일부터 안전검사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만 법 시행에 유예기간을 두어 사용 중인 차량은 금년 7월 1일까지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후 2년 주기로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점검기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안전검사를 받은 고가사다리차는 십여대에 불과할 뿐, 대부분의 고가사다리차는 안전검사를 받지 않고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 만료일까지 과연 법률이 재대로 시행될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사다리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그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해양부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등록 및 관리가 되고 있긴 하지만 대략 전국에 7,500대 정도 있다고만 추정될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 노동부에서는 고가사다리차를 특수자동차 중 특수작업형(고소작업차, 기타) 차량으로 이원화 관리하고 있어 더욱 혼돈스럽기만 하다.

 안전검사ㆍ관리 실태가 이렇다보니 향후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수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부실한 시스템을 지켜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와 안전관리 시스템이 조속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및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국토해양부와 노동부의 이원화된 법체계를 정비하고, 기계적 검사뿐만 아니라 사용풍속의 제한 및 작업반경확보 등의 안전규정도 보완하는 세부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고가사다리차를 운행하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고가사다리차의 안전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고가사다리차는 국민들에게 위험한 존재가 아닌 진정한 이사 파트너로써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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