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안전팀장 | 쌍용양회 동해공장

음악에는 ‘되돌이표’라는 부호가 있다. 220V와 110V 콘센트를 합성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표시된 부호에서 다시 전단의 부호로 되돌아가라는 표시다. 도로 교통 표지판에도 되돌아 갈 수 있는 ‘U턴’ 표시가 있다.

그러나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고와 재해다. 사고로 인해 심각한 상해를 당하거나 사망을 하는 경우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연간 2,500명을 넘나드는 사망자와 100,000여명에 이르는 재해자 숫자는 통계의 기록으로만 남겨서는 안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유심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근로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병원으로 후송될 때, 아니면 사망재해를 당했을 때 가족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면 어떻게 무어라 얘기할 수 있을까?

가족들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히는 노릇이 아닌가. 분명 가족들은 출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오늘도 아무 문제없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청천벽력!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라는 얘기를 그 가족들은 분명 실감할 것이다. 사고 후에도 아내와 자식들은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듯 우리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어머니는 이제나 올까 저 제나 올까 발뒤꿈치를 들면서까지 자식의 귀가를 기다릴 것이다. 할머니는 손주와 함께하지 않는 저녁 밥상을 받기조차 꺼려하실 것이다. 이 모두가 되돌이표가 없는 비극으로, 바로 중대재해를 당한 한 가정의 모습이다.

인생사는 80년의 생로병사라는 큰 틀 속에서, 희노애락의 과정을 반복하며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희노애락은 되돌이표가 많이 적용된다. 웃다가 울 수도 있고 울다가 웃을 수도 있으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반복하며 경험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는 가족 전체가 다시 웃음으로 되돌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후회를 한다하지만, 그것을 되돌릴 기회 마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상가 묵자의 얘기가 절실하게 떠오른다. 묵자는 흰 실을 보며 ‘슬퍼했노라’ 라고 표현했다. 일명 ‘墨子白絲(묵자백사)’로 유명한 얘기이다. 흰 실의 경우 빨강, 파랑, 노랑색 등의 색깔로 물을 들일 수는 있으나 한 번 드리워 진 색깔은 다시 흰 실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묵자는 이것이 슬프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우리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墨子白絲’는 모두가 되새겨 봐야 할 좋은 교훈이 아닐까 싶다.

안전한 직장이 한 가정의 가장을 위대한 Giant로 만들고, 그에 따른 Energy는 다시 건강한 회사를 구축하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가장들이 중심에 건재해 있을 때 그 가정도 행복한 가정이라 말할 수 있다. 가장이 자리를 비우면 그 가정은 절대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다. 가장이 다쳐 일에서 손을 놓는다는 것은 그 가정의 벽시계가 정지된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무역 10대 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후진국 재해 다발 국가’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사람이 제일이다’라는 인간존중의 문화가 바탕이 된다. 즉, 국민들의 행복이 진정한 선진국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사고에는 사전예방만이 필수 명약이다. 재해가 발생한 후에는 되돌아 갈 수 없다. 어떠한 명의와 명약으로도 정상으로 회복시키지 못하는 것이 재해의 후유증이다. 정상적인 生老病死(생로병사)의 코스에서 이탈하게 되면, 용어에도 없는 生苦災死(생고재사, 태어나서 고생만 하다가 재해를 당해 사망하는 경우)까지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의 웃음을 선사하는 최고의 후원자는 바로 가장이다. 그 가장이 건강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기업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를 통해 국가도 재해다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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