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관장 | 서울소방재난본부 광나루 안전체험관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과 그에 따른 최고 높이 40m의 쓰나미,그 쓰나미의 여파로 일어난 원전사고는 인류가 경험한 가장 가혹한 재앙 중 하나였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바닷가 마을에서는 1만9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피해 지역의 크기 또한 인류가 그간 겪어왔던 온갖 재난보다도 거대했다. 사건이 난 지 1년이 지난 현재에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km 이내로는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인간의 단순실수에 의한 인위사고였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천재지변에 의한 최악의 자연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비록 재난은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 의해 시작되었으나, 우리가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같은 큰 재앙이 된 데에는 도쿄전력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원전 2·3호의 멜트 다운을 은폐하고, 주민 대피에 관한 사전 공지를 게을리 하는 등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미국 측에서 멜트 다운을 예상하고 원전의 봉쇄를 지시했으나 도쿄 전력은 이를 무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의 여러 신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고에 대한 예측과 대비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자연에 의한 피해라고 체념하기보다는 평소부터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비를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크게 경종을 울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재난 속에서도 살아갈 한줄기 빛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 대지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지진에 따른 폐허 속에서 고고하게 서 있는 ‘기적의 소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소나무의 곧은 줄기와 사철 푸른 잎은 대쪽 같은 성품과 변하지 않는 인품 등을 상징한다. 폐해 속에 오롯이 서 있는 이 ‘기적의 소나무’야말로 그러한 소나무가 가진 심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

기적의 소나무의 소재지인 이와테현에는 일찍이 500년 전부터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 7만여 그루가 1km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백사장과 어우러진 푸른 소나무 숲은 오래 전부터 일본 100경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이와테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와테현을 휩쓸고 간 쓰나미에 의해 7만여 그루가 몽땅 뿌리째 뽑혀 나갔으나, 오로지 이 한 그루만이 재해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 소나무는 수령이 270년이나 된 거목으로, 이와테현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그들과 함께 숨 쉬어왔다. 현재에는 바닷물에 의해 뿌리마저 썩고 말았지만, 솔방울에서 채취한 씨앗이 18그루의 묘목을 틔우는 데에 성공하면서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의 버팀목으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일본 대지진과 기적의 소나무가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원자력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효율 좋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가진 위험에 대해 올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즉, 이번 지진을 통해 대자연은 인간이 가진 교만함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너무나도 큰 체벌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모두가 절망하고 원망하는 가운데에서 ‘기적의 소나무’ 한 그루를 통해 쓰러진 인간들이 다시 일어설 희망도 남겨주었다. 당장 재해의 대상이 된 소나무는 사라지지만, 그가 남긴 묘목들은 또다시 이와테현에 송림을 펼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의 희망에 취해 무분별하게 자연의 선물을 남용하고 안전과 보전에 대한 것을 잊어버렸다가는 언제 또 자연의 철퇴가 가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은 자연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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