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재 대표 | 안전법인 더원(주)

우수가 지났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이제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머뭇거리고 있지만 사람들 마음속은 이미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을 넘나든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 시련을 극복해야 인간은 보다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겨울의 칼바람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시련도 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종잡을 수 없는 기후의 변화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설과 대홍수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횡포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를 천재라고 한다면 산업재해는 인재로 분류하고 있다. 천재를 막는 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한계가 있지만 인재는 사람이 일으키는 재해이기 때문에 관심과 노력에 따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이론에 따르면 불안전한 행동 88%, 불안전한 상태 10%, 불가항력적인 요소 2%가 작용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시설결함에 의한 것보다 사람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교육이나 제도상의 문제를 든다. 어려서부터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제도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여 산업재해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안전의 터전이 너무나 빈약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 성장우선주의 원칙 속에 안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의 기회가 없었다보니 사전 안전조치를 체질화시키지 못해 온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절차나 순서를 무시하는 불안전한 행동을 습관적으로 함은 물론, 안전사고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까지 보이게 됐다.

완전한 안전관리는 사람이 실수를 해도 사고와 연결되지 않도록 시설과 제도를 갖추고 정착시킬 때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시설이나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결국 안전문제의 해결점은 사람에 있다. 사람이 실수를 해도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이 스스로 현장의 위험을 찾아 제거토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것이 크거나 요란한 것이 아닐지라도 때때로 그것들은 사람의 삶의 방향을 틀거나 바꿔놓기도 한다. 내 길을 함께 가는 보필을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것처럼, 안전 역시 자신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산업재해 예방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려는 개인의 준법성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도와 절차, 관행이 제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야 하는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의식이나 행동이 부족하다면 안전은 확보되기 어렵다.

세상의 모든 존재나 사고는 서로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그럴만한 요인에 따라 정확한 필요에 의해 일어난다. 다시 말하면 불안전한 상태나 행동을 방치하는 것은 곧 재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존재와 이유를 가지고 사고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획일적인 지시와 통제를 벗어나 소통과 대화, 칭찬과 격려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감성안전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안전기술이나 기법이 개발되어 왔지만 감성안전 기법은 아직 기술적, 학술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안전시설도 중요하지만 보다 폭 넓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과 기법을 개발하여 산업현장에 조속히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관계기관과 안전 전문가들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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