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안전관리팀 정태영 팀장

기술력에 바탕을 둔 안전관리로 산재 예방해야
팀워크를 통한 안전교육 강조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위치해 있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대형 TV와 모니터용 LCD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만 알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안전인들 사이에서 파주공장은 안전관리가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공장의 규모가 크고 상주하고 있는 근로자가 많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이곳은 연면적이 약 30만8,000㎡에 달한다. 이는 잠실야구장의 약 6.5배가 넘는 것으로 단일 제조업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상주하고 있는 근로자도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많다. LG에 적을 두고 있는 근로자 17,000여명을 비롯해, 사내·외 협력업체 근로자 7,000여명까지 총 24,000여명이 여기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안전관리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이곳 공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는 주공정인 LCD 제조 뿐 아니라 신규라인 공장의 건설공사 등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다시 말하면 건설, 기계, 화공, 전기, 작업환경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안전학교’ 등을 통해 자율안전관리체계가 뿌리내린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율안전의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정태영 LG디스플레이 파주안전관리팀장을 만나, 그동안의 노하우와 그만이 가진 안전신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파주안전관리팀과 팀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곳 파주공장의 모든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안전팀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의 안전담당부서가 ‘환경안전팀’이라는 이름 아래 환경과 안전업무에 집중하는 반면 우리 팀은 안전, 보건, 방재 등 다양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팀에는 저를 포함해 사무직 15명, 현장사원 37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992년 안양에 있던 LG연구단지에 입사했으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이곳 파주공장에서 안전관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안전학교 등을 통해 자율안전관리체계를 정착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처음부터 안전관리가 우수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 저희 공장에 대해 첨단산업인데다 시설도 신식이니 사고의 위험이 적고 안전업무를 하기도 수월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저희도 파주공장을 셋업할 당시에는 큰 자부심을 갖고 정말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LCD 산업은 그 자체가 첨단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장비와 시설이 최첨단을 자랑합니다. 이에 맞게 공장건물을 세울 때에는 당시로서는 최신의 안전·방재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공장을 셋업하고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위험요소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전관리팀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고심의 결과, 저희는 몇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1년 미만의 신규 채용 근로자들에 의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공장의 경우 신설 공장이다 보니 숙련된 근로자들보다는 신규 채용 근로자가 절대다수였습니다. 여기에 제조업 특성상 인사이동이 많았다는 점도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이에 저는 우선적으로 설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규 근로자가 실수나 불안전한 행동을 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지요. 이에 따라 각종 설비에 대해서 안전보건공단의 ‘S마크’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사내 자체적으로 자율안전인증제도를 실시해 설비를 철저히 점검했습니다.
또 신규 근로자를 포함한 사내 모든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교육도 강화해나갔습니다. 저희가 자랑하는 안전학교도 바로 이때 설립된 것입니다.

이같은 노력을 꾸준히 펼치자 어느새 사업장에 자율안전 문화가 정착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Q. 앞서 말씀하신 안전학교가 안전교육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해를 돕고자 안전학교의 등장 배경부터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까지 LG내에서는 혁신문화가 강조됐습니다. 그리고 이 혁신문화의 효율적인 전파를 위해 지식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운영됐었지요.

안전학교는 바로 이런 사내 흐름을 반영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체계를 벗어나 감정을 자극하는 교육을 개발·보급해 근로자들의 마음 속 깊이 안전의식을 새기자는 목적이었습니다.

이같은 설립취지에 따라 안전학교에서는 실습식, 체험식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근로자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에 배지 않은 안전을 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LG디스플레이 파주안전학교’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파주안전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근로자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장의 안전관리 업무와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자들이 직접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본인들이 직접 일을 하면서 느꼈던 작업별 위험특성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설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지요.

위험예지훈련을 통해 자기 스스로 현장의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외에도 우리 안전학교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초기 진압과 비상대피를 할 수 있도록 실제상황에 가까운 소방훈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화재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동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CPR) 훈련 등 다양한 응급조치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의 안전활동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한 배경에는 안전학교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설명을 드린다면 안전학교를 통해 양성된 안전지킴이들이 자율안전관리체계의 정착을 일궈낸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파주안전학교는 지난 2007월 2월에 1기생을 대상으로 정규과정을 시작해 2012년 2월 현재까지 100기수에 걸쳐 총 1,808명의 우수한 안전지킴이를 양성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지킴이로 양성된 이들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안전활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Q.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파주공장이 안정화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주공장은 2005년부터 계속 증설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안전관리에 힘쓸 곳이 늘어났다는 말이 됩니다. 아울러 제 입장에서는 더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부분과 주의를 집중해야할 부분이 여전히 많은 것이지요.

앞으로는 안전관리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안전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시겠지만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고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구축한 안전관리체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재해가 감소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를 정착시킬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역점을 두실 생각이신가요.

자율안전관리체계를 통해 어떻게 하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단은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것, 구비가 안 되어 있는 것 등을 점검·개선하는 5S 수준을 벗어나 잠재돼 있는 위험요소를 찾아내 개선하는 노력을 펼칠 예정입니다. 또한 각 조직실적에도 안전실적을 포함시켜 안전관리가 깊이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역점을 둘 부분은 교육 분야입니다. 지금까지의 bottom-up방식에 top-down 방식을 더할 계획입니다.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현장에서 선임 근로자나 감독자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현장단위조직의 책임자에게도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데 교육의 방향을 둘 계획입니다. 안전기준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훈련·실습을 통해 안전의식을 향상시켜나가는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현재 회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대형사고들은 협력업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력업체의 감독자, 관리감독자 등도 안전학교 교육차수에 배정해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팀장님만의 안전철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안전이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선진국에 근접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안전수준이 선진국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선진국 수준의 안전은 안전관련 법령의 합리성, 낮은 사고 통계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이 국가와 사회 전반에 깊숙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을 뜻합니다.

사고가 적게 나고 안전 관련 법령이 잘 만들어졌다고 우수한 안전문화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산업현장의 근로자는 물론 국민 개개인 모두가 안전을 실천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우수한 안전문화, 즉 선진국 수준의 안전이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저는 항상 안전교육을 할 때 근로자들 스스로의 의지로 안전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Q. 안전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국의 모든 산업현장이 그렇지만 파주공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역시 근로자의 안전의식부재, 안전불감증, 개인 부주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이 탄탄한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저희 공장의 경우 팀워크가 좋을 때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고발생률이 크게 낮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의 안전만이 아니고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결과이지요.

따라서 교육효과를 높이고 그 효과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팀워크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안전의식 향상은 물론 팀워크도 같이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국내 안전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입사 후 설비 엔지니어 업무를 겸임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제게 있어 너무나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사실 안전업무만해서는 현실성과 실효성이 있는 안전관리를 하기가 힘이 듭니다. 근로자들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근로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어봤기에 근로자들에게 조금 더 와 닿는 안전업무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안전업무는 단순히 관리하는 차원에서 진행을 하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꼭 근로자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안전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안전업무는 기술이 바탕이 될 때만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많이 습득하시고 기술을 더 숙련시키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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