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광나루안전체험관장 | 서울소방재난본부

우리사회는 지난 197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추구한 나머지 안전문제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표적으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관리소홀과 부실시공이 주원인이었다. 그리고 1999년 모기향불로 발생한 화성 씨랜드 화재, 수리공의 불장난으로 인해 발생한 인천호프집 화재 등은 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결론지어진 바 있다.

이러한 부주의와 관리소홀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수많은 시민들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희생도 매우 컸다는 것이다. 순간의 방심, 그리고 관리 소홀로 안전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컸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안전이란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자.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먼저 생명의 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생명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화폐가치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광나루안전체험관을 방문한 체험객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53.7%가 30억 이상이라 응답했다.

두 번째로 지진이나 화재가 일어나 집 전체가 파손되었을 때 예상되는 피해액(재산의 가치)을 조사한 결과, 3억~5억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6.9%로 가장 많게 나타났다.

또한 안전을 위해 현재 지불하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화재보험 납입액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1인당 평균 11만 6천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3가지(생명의 가치, 재산의 가치, 안전을 위해 현재 지불하고 있는 가치) 조사결과를 토대로 1인이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추상적 가치를 도출해 보았다. 그 결과 1인이 안전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가치는 약 31억으로 나타났다.

안전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도 이를 분명 인식하고 있다. 단, 인식만 하고 있을 뿐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식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됨에 따라 생명에 대한 안전의 욕구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즉, 예전의 안전불감증을 벗어나기 위한 국민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및 지자체들도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부합해 최근 안전에 관한 정책을 대폭 강화해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안전에 대한 체험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안전체험시설을 설치하려는 각 지자체의 움직임에서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3월 광나루안전체험관이 개관됐고, 이어 2009년에는 대구에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설립됐다. 지난 2010년에는 서울 보라매안전체험관도 개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전북 임실군(연면적 5,876㎡, 예산 221억, 공사 중)과 충남 천안시(연면적 5,620㎡, 예산 220억, 설계 중)에서도 체험관 건립이 한창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체험교육관이 늘고 있는 것은 체험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체험교육이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재난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 예방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80.1%로 나타났다.

물론 현재 안전체험관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 지역에는 22개 소방서 중 18개 소방서에 간이체험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없는 곳은 연차적으로 설치가 추진될 계획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볼 때에는 192개 소방서에 간이체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제 기본적인 토대는 거의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국민들이 얼마나 잘 참여해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차를 구경만 하고 가는 것보다 소화기를 쏴보고 연기피난체험도 해보는 것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여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아이들과 손잡고 가볍게 산책하듯 안전체험관 또는 체험시설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