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조율하는 절차에는 크게 협상(協商, negotiation)과 소송(訴訟, procedure)이 있다.

먼저 협상은 사전에서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 또는 다자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함’으로 정의된다. 또 소송(訴訟 : procedure)은 ‘법률상의 판결을 법원에 요구함 또는 그런 절차’로 풀이된다.

즉 두 가지 모두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그럼 협상과 소송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문제해결을 위해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송은 과거를 놓고 서로 대립하는 것이고, 협상은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협상에서 과거에 연연하는 태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태도는 시간과 비용을 소모시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목표의식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협상의 권위자인 와튼 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에서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소통하라, 그리고 제안하라’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협상을 위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13가지 기본요소를 제시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열거하면 ▲언제나 대화를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난 다음 질문한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존중한다 ▲오고가는 대화 내용을 자주 요약한다 ▲인식차이를 논의한다 ▲누가 옳은지 논쟁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이들 요소가 지향하는 것은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소통을 원하면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멋대로 전제한 후에 이야기를 시작하곤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소통의 방법이다. 참된 의사소통은 상대방의 보조에 맞추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화를 하나 예로 들겠다. 1993년 합성양모인 폴라텍을 제조하는 미국의 몰든 밀스(Malden Mills)공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자체 소방대는 화재가 발생한 후 즉시 도착했지만 진화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시 소방대도 규정 출동시간보다 20여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결국 불길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고, 공장이 다 탄 후에야 진화가 됐다.

그러자 공장 소방대는 시 소방대가 늦장 대응을 했다면서 화재피해의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이에 시 소방대는 몰든 밀스를 소방법 위반으로 기소하려 했다.

상황이 커지자 몰든 밀스와 친분이 있던 다이아몬드 교수는 시 소방대에 대한 비난을 즉각 중지하라고 조언했다. 몰든 밀스측은 이 조언을 받아들여 공장이 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시 소방대가 늦을 수밖에 없었고, 시 소방대가 공장 소방대를 잘 리드한 덕분에 진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몰든 밀스가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자 시 소방대도 회사에 유리한 발언으로 보답했다. 결국 이러한 소통 덕에 몰든 밀스는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시 소방대는 늦장 대응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 일화는 우리 산업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산업현장의 노사는 안전활동계획을 수립할 때 사사건건 충돌을 거듭한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그저 시비 가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노사와 나아가 우리 산업현장이 안전활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에 앞서 근로자들을 위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산업현장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소통해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