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업장 만들려면 안전경영시스템 도입 필요”
남익현 (주)한독약품 공장지원 팀장

안전을 위해 사업장이 갖춰야 할 것은? 이 질문에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CEO의 마인드, 안전관리자의 능력, 안전시스템 등등 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주)한독약품 남익현 공장지원 팀장은 단연 안전시스템을 꼽는다. 아무리 현장에 뛰어난 안전관리자와 근로자들이 있어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면 이 모두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신념을 가지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에 대한 필요성을 지역 기업들에게 적극 전파해나가고 있다.

본지는 남익현 팀장을 직접 만나, 그만의 안전신념에 대해 들어봤다.

 

 

Q. 안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 숨을 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즉, 산소는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평소에 산소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탱크나 지하 맨홀 같은 곳에서 산소결핍으로 인해 인명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에야 비로소 산소의 소중함을 느끼곤 하니까요.

안전은 이러한 산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상의 삶속에서 안전을 그리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안전하기에 오늘도 화재나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가스렌지를 사용해서 아침밥을 해먹고, 전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눈이 얼어붙은 길을 걷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도로를 운전하여 회사에 출근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병원 수술대 위에 누워있거나 관 속에 누워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입니다.

‘매슬로우’도 욕구발달 이론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리적 욕구와 함께 안전의 욕구를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의 중요성을 의식적으로라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Q.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제가 사업장 안전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경영시스템입니다. 무재해운동에서도 전원참여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처럼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책임자부터 이제 갓 입사한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작업장의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또 나와 동료의 안전을 위해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사업장 내에서 이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안전경영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저희 회사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안전관리 활동을 해오고 있었지만, 안전경영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안전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 수년 전부터 해외 파트너사 덕분에 위험성평가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었지만, 해외 파트너사에 실적을 제출하기 위한 형식적인 위험성평가가 실행되었고, 이에 평가 결과가 회사의 경영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4년부터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KOSHA 18001과 OHSAS 18001인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위험성평가에 대해 현장 작업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그 결과가 최고 경영자에게도 보고되면서 해당 위험요인이 조속히 개선되고, 또 사후관리도 철저히 진행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안전관리도 분명 그 시대에 맞는 추세가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개별 프로그램만으로는 사업장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체계적인 안전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제3자 검증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과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안전을 담당하시는 관리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안전을 소수 담당자들의 몫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은 소수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품질, 생산 위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떤 정책을 펼침에 있어 안전문제는 늘 후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안전제일’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앞으로 산업안전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부분과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과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과 미디어의 커다란 영향력을 활용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UCC공모전’, 그리고 TV프로그램인 ‘위기탈출 넘버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가는 것이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사업장의 현실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부의 정책방향과 실제 안전관리에 필요한 정책에는 다소나마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부가 올해 발표한 산업안전보건정책 중에서 업종별 맞춤형 재해예방대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에는 제조업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하여 규모가 큰 시설의 변경, 신설 시에 ‘위해․위험 방지계획서’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재해 다발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 개선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사항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대다수 제조업의 맞춤형 재해예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제조업의 현실을 좀 더 깊게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보다 현실성있는 정책들을 내놓아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건설업을 제외한 사업장의 경우 조선업종에 대해서만 재해예방활동을 위해 세부추진지침을 별도로 신설하겠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장 업종별․규모별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맞춤형 재해예방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점검과 감독의 효과성을 제고하겠다는 정책도 사업장들의 자율안전관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여 정부에 건의하고 싶으신 사항이 있다면?

사업장 자율안전관리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재해 운동만으로는 자율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정부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KOSHA 18001이나 OHSAS 18001 등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인증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세액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필요할 경우 별도의 자율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업종과 규모에 맞게 보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최근 노동부의 산업안전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위험성평가입니다. 올해부터 시범실시 될 계획인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입니다. 다만 위험성평가가 규정을 만족하기 위한 형식적인 평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위험성평가 기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위험성평가의 결과가 사업장내에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최근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는 안전교육도 전문화되어야 합니다. 갈수록 임직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형태의 요구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과 재미있고 즐겁게 체험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 한독약품에서는 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느끼고, 안전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저희 시스템을 간단히 소개해보면, 기본적으로 현장의 관리감독자들이 실시하는 기본안전교육과 안전관리팀 및 외부전문가가 실시하는 전문안전교육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기본안전교육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 등으로 교육자료를 준비하고, 이를 관리감독자들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입니다.

또한 전문안전교육은 연 6회 걸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산업안전공단 전문가, 보건소 의사 및 간호사 등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교육을 직접 직원들에게 실시하는 교육입니다. 이처럼 안전교육을 2원화하면서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Q. 향후 목표 또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먼저 가깝게는 2010년 한 해도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어 무재해 3배수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안전보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켜 모범적인 안전보건경영사업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안전보건경영대상에 도전하여 수상하고도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근로자분들에게 이번기회를 빌어 꼭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평생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신 분들은 ‘왜 내가 암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암은 남들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내가 암에 걸렸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합니다. 안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사고는 남의 이야기로만,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암이라는 병은 원인이 모두 규명되지 않아 예방할 수 없지만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하루를 보내자고 다짐하고, 일터에서도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하고 행동하신다면 안전사고는 반드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안전이 나와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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