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 사무처장

안전조기교육 반드시 정착돼야
어린이 안전교육 인증제도 실시될 필요 있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안전사고로 609명의 어린이가 사망했고, 5만여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부상을 당했다. 안전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발생했다. 그만큼 우리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험 속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 안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최근 이와 관련해 활발할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의 허억 사무처장을 만나 해결책을 들어봤다.

 

 


Q.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실련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6년 설립됐습니다. 안실련 창립과 관련해서는 최병렬 대표님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겠네요.

최 대표님은 서울시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1994년에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그리고 취임직후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각각 경험한 바 있으십니다. 1990년대 중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고들을 서울시장 재직 전후에 직접 경험하신 셈이지요.

그때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낮은 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안전활동을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안실련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게 됐습니다.

Q.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안실련은 설립 취지에 맞게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전교육 사업입니다. 저희는 자체적으로 안전교육 매뉴얼, 교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활용해 유치원, 초등학교, 노인정 등을 순회하며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안실련에서는 국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전과 관련된 법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매년 정책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등을 개최해 안전 정책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들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외 교통사고 유자녀와 결연을 맺어 사랑을 나누는 ‘세잎클로버 찾기 운동’, 어린이들의 통학차량 사고를 막기 위한 ‘천사의 날개 부착 캠페인’ 등의 활동도 펴고 있습니다.

Q. 안실련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올림픽이 한창이던 그 때 저는 교통사고로 조카를 잃었습니다. 그 슬픔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삼촌인 제가 그 정도였는데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때부터 저는 ‘교통사고로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1989년 성균관대학교에 교통행정학과가 개설돼 공부를 시작했고, 수학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단체들이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안전과 관련된 시민단체에 몸을 담을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현재 연세대학교 총장이신 김한중 안실련 부대표와 인연이 닿아 안실련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Q. 안전의식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말하는 것이 쉽겠네요. 몇 해전 울먹거리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장님 제가 우리 아들을 죽였어요”가 그녀의 첫마디였습니다. 저는 그녀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봤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그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교통사고를 잃었습니다. 그 아이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차량 한 대가 불법 주정차 돼 있었답니다.

키가 작은 아이는 불법 주정차 된 차량에 가려 안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사고차량 운전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면서 주의를 소홀히 한 채 그냥 차를 몰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하기 3일 전에 그녀는 어느 방송에서 저를 봤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제가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사례와 예방법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 얘기한 예방법 중 하나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오른쪽 통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행자 기준으로 차가 왼쪽에서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행자가 우측으로 이동한 만큼 차와의 안전거리를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예방법을 들은 그녀는 아들에게 ‘알려줘야지 알려줘야지’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못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3일 후 아이가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 때 교육을 하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면서 저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이는 조금만 안전에 관심을 가지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바로 안전의식입니다. 안전의식만 있다면 우리나라 어린이 안전사고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 하나만 안전의식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안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전체가 안전해지면서 나와 우리 아들딸 모두 안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Q. 우리나라 안전의식의 수준을 짚어주신다면?

결국은 안전의식 부재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재해, 생활안전 사고 모두 안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과 도로교통 안전수준을 가늠해 볼 때 비교근거로 사용되는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를 예로 들겠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OECD 가입 국가들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평균 1.25명입니다. 스웨덴과 영국이 0.66명이고 가까운 나라 일본은 0.7명으로 평균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OECD 가입국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무려 2.85명입니다. 이는 OECD가입국가 29개국 중 25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우리나라 국민들 중 대부분은 교통사고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만큼 안전의식이 없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몇 해 전 경기도 광명에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2명이 하굣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신발주머니를 갖고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던진 신발주머니가 주정차된 봉고차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이 아이는 신발주머니를 꺼내기 위해 봉고차 밑으로 몸을 집어넣었고, 다른 아이는 차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차가 급후진을 하면서 그만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입니다.

이 사고는 안전의식이 결여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만약 어린이들에게 안전의식이 있었다면 차량 주인을 찾아 “차 밑에 제 물건이 들어갔어요. 꺼내주세요”라는 부탁을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교통안전 선진국인 스웨덴의 어린이들은 이같이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차 밑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집이나 학교에서 꾸준히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사고사례에서 사고차량 운전자 역시 안전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정차해 놓은 차를 움직이기 전에는 차 주변을 둘러보고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을 해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차를 출발한 것이지요. 또 차를 출발시킬 때에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천천히 가속해야 했는데도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고 역시 안전의식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지요.

Q. 그렇다면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사고는 설마하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인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만의 하나라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내가’ 또는 ‘내 가족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면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하면 안전할까’, ‘내 가족이 어떻게 하면 안전할까’, 그리고 ‘안전한 상황이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그에 맞는 방안을 끊임없이 실천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의식이 싹트는 것입니다.

Q. 정부차원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전과 관련해서는 현재보다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교통안전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교통안전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한해 평균예산은 7천억원 정도입니다. 7천억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예산 대부분이 교통시설 개선 등에 할애되어 있다는데 있습니다. 안전교육과 관련된 예산은 2억원 정도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운전자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교통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안전에 있어 가장 시급한 점은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교육이 필수라는 점에서, 교통시설을 정비하는데 투자되는 비용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예산과 관심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각계가 적극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안전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최근 조기안전 교육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기 안전교육이 생활 속에서 정책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습니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입니다.

안전교육도 이와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안전의식을 심어준다면 사회의 안전의식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난해 12월 20일 행정안전부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어린이 교통안전과 관련해서 정책 건의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선진국형 어린이 안전교육 인증제도가 실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제도의 골자는 조기안전 교육의 의무화입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8세부터 행동반경이 넓어지게 됩니다. 그만큼 교통사고의 위험성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와 함께 충분하게 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안전교육을 수료하면서 받은 인증서를 초등학교 입학 시 제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린이들이 예방접종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230여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전문강사를 양성해 1년 내내 교육이 이뤄지게끔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어린이 안전교육과 관련해서는 이처럼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Q. 끝으로 안전을 위해 힘쓰고 계신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안전이 중요한데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에 다들 안타까워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선진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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