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전재식 대기화학팀장(공학박사)

라돈 등 자연방사능 물질에 대한 관심 높아져야
국민이 안전한 환경 조성키 위해 최선 다할 것
또 한 번 전국이 방사능 물질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주택가 도로에서 방사선이 검출된 것이 그 원인. 안 그래도 연초 일본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물질의 국내 유입 우려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이제 평상시 생활주변도 안심할 수 없는 환경으로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와 함께 전국적인 생활 및 자연 방사능 점검계획을 밝혔지만,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명한 환경전문가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전재식 팀장을 만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방사능 물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물질이 왜 위험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연구원 및 맡은 바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직속기관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유해한 환경물질과 식품요소 그리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서울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45년 9월 창설됐습니다.

현재 6부 2검사소 1지소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소별 담당업무는 농수산물, 식·의약품, 축산물, 미생물, 대기환경, 수질환경, 소음진동, 실내공기질 등에 대한 조사 및 관리입니다.

저는 이들 부서 중 대기부의 대기화학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으로, 서울시민의 보건과 환경을 지키는 충실한 첨병이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들어 방사능 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주의해야할 대표적인 방사능 물질을 꼽아주신다면?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방사능 물질에는 병을 치료하거나 산업에 이용하기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과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쉽게 노출되어 위해를 끼치는 물질로 방사능 라돈을 꼽을 수 있습니다.

라돈은 지각을 구성하는 성분 중의 하나인 우라늄의 여섯 번째 붕괴생성물이자 라듐의 바로 다음 붕괴핵종으로, 대부분 자연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땅에서 방출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토양 및 암석 광물을 재질로 한 건축자재는 물론 지표면 밑의 지하수에서도 자연스럽게 라돈이 방출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상 주거 공간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생활환경에서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자연방사능물질에 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인간에게 노출된 평균 방사선량이 총 2.8mSv인데, 이 중 86%가 자연방사능에 의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 자연방사능 중 약 50%가 바로 라돈입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 라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적극적인 예방활동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라돈을 관리하는 공직자이자 라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Q. 라돈은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칩니까?

암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1990년대 중반까지는 간암과 위암이 1, 2위를 다퉜습니다. 하지만 1999년 이후부터는 폐암이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럼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흡연을 꼽으실 겁니다. 물론 정답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라돈’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생률을 높이는 유해인자입니다.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 될 때에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Q. 그럼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반인들 입장에서 라돈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라돈에의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노출을 줄여야 할까요. 그전에 라돈의 특성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라돈은 방사능 물질 중 유일한 기체로 이동성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공기에 비해 분자량이 크다 보니 밀폐된 공간에서는 그리 활성적이지 못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으로 분 풍선을 방안에 놓으면 차곡차곡 바닥에 내려앉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라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돈도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쌓입니다. 즉 밀폐된 공간에서 바닥에 가까운 곳에 위치할수록 라돈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라돈에 대한 대처법 중 첫 번째는 ‘환기를 잘 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구조물 등의 실내공간에서는 더욱 자주 환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예방법으로는 ‘활성탄’을 쓰는 것입니다. 활성탄은 라돈을 잡는 특성이 있습니다. 헌데 일반인들의 경우 활성탄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공기청정기 등의 생산업체에서 라돈제거에 적정한 활성탄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든다면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라돈은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물질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구과학분야에서는 라돈을 가리켜 양면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물질이라고 합니다. 폐암 유발 등 나쁜 점도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긍정적인면도 있다는 것이지요.

라돈은 우라늄,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의 매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적물질로 흔히 쓰입니다. 또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 지각변동 징후를 미리 알 수 있는 전조 물질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 대기 및 수질환경 분야에서는 오염물질의 추적자로 라돈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추적물질이라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 라돈은 땅에서 방출됩니다. 때문에 땅 속에 있는 자원에서 라돈의 양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탐지기를 사용해 라돈을 추적하다보면 이들 자원의 유무와 매장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에 전조물질로 쓰인다는 것도 같은 의미입니다. 지진이 생긴다는 것은 지표가 갈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그 갈라진 지표에서 갑자기 라돈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를 감지함으로써 멀지않은 시간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 1995년 발생한 일본 고베 대지진 때도 라돈 전문가들에 의해 지진 발생이 예측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나 언론 등이 이 예측에 주목을 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고만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예방키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라돈이나 자연방사능 연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Q. 라돈 외에도 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할 물질이 있다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석면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석면은 산업발전기에 불에 잘 타지 않는 점, 부식과 마찰에 강한 점, 방음 및 단열 효과가 좋은 점 등의 이유로 건축자재나 방직재 등에 광범위하게 쓰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석면이 폐암, 석면폐증, 중피종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관리가 시작됐습니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석면을 인체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지정했고, 우리나라 역시 관련법의 제정 등을 통해 석면함유제품의 제조, 수입 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도나 규제면에서는 어느 정도 틀이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법으로 강제한다 한들 현장의 작업자들이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작업자들께서는 꼭 위험성을 인지하시고, 석면 관련 작업을 할 때는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Q. 일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정부가 어떤 관리를 펼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동차 도장·정비사업장에서의 벤젠이나 톨루엔, 금속제품 제조 및 가공업체에서의 중금속류, 난방·발전시설에서의 질소산화물 등 산업현장에선 매일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만약 하루라도 철저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근로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큰 위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이들 물질이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현장감시 등의 업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배출사업장 종합관리계획을 마련하여 정밀진단 및 기술지원에 나서는 한편 정기적인 작업환경 측정과 민·관 합동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Q. 산업현장의 경영진 또는 담당하는 근로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안전업무와 마찬가지로 환경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폐수처리를 위해서 위험물질인 시약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악취를 참아가면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이들의 작업터전인 배출가스 정화시설 등 주요 환경시설은 대부분 소음이 심하고 유해가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헌데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업을 함에도 이들의 처우는 여타 부서의 근로자분들과 비교해 차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안전 및 환경업무 종사자들의 업무가 일부 경영진들에게는 생산성이 없고, 예산을 낭비하는 일로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요.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기업체들의 입장에서 안전 및 환경관리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조금만 내다볼 줄 안다면 이런 시각이 잘못된 것임을 금방 알아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선진국의 사례와 산업발전 추세 등을 보면 미래의 산업환경은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환경과 산업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산업현장이 이런 시류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의 산업역량은 갈수록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많은 경영진분들이 이 점을 깨닫고 환경 및 안전업무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더욱 많은 환경안전인들이 자신의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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