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는 지하도시 건립방안에 대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향후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 시 지하공간을 연결, 각종 시설물이 통합된 대규모 지하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시 서울시는 관련 규정을 개선·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시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만큼 지하도시라 일컬을 만한 대규모 지하공간의 개발사업은 곳곳에서 확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을 맞아 우리는 올바른 지하공간의 개발방법과 개발과정에서 중요시해야 할 점 등을 집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선사시대의 거주공간인 자연동굴, 로마시대의 공동묘지인 카타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지하도시 터키의 데린쿠유, 영국-프랑스 해저터널 등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하공간에 대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어 왔다. 이들 도전을 통해 인류가 발전을 거듭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도전의 과정 속에 안전과 화재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하공간은 안전이 보장될 때만이 그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즉 지하공간은 지상과 격리된 밀폐공간이라는 특성상 화재 등 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피난대책이 세워져야만 본연의 기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지하공기를 정화하고 연기발생을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환기대책도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했을 경우에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일례로 지난 1999년 3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몽블랑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운전자와 소방대원 등 39명이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003년 2월 발생해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가 그 대표적 예다.

이렇듯 지하공간에서의 화재는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초고층건물과 더불어 기본 계획 시부터 화재발생에 대한 철저한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행 건축법규에서는 지하층과 피난층 간 개방공간 설치, 지하층의 구조 및 설비기준, 직통계단 2개소 이상 설치, 비상탈출구 설치, 방화구획 설정 등 사양 위주의 규정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소방법규에는 성능설계에 대한 근거가 마련은 되어 있으나,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축적 및 성능평가에 대한 기술력이 아직 미흡하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의 지하도시 건설계획이 지하공간에 대한 안전기준이나 기술개발도 함께 발전할 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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