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안전 출신 ‘명장’ 삼성전자 광주공장 정문조 환경안전그룹장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대한민국 최고의 장인에 올라
대한민국 최고의 장인을 칭하는 ‘대한민국 명장’. 지난달에 발표된 이 ‘명장’ 명단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삼성전자 광주공장 정문조 환경안전그룹장이다. 그는 안전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명장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 인물이다.

명장 선정 시에는 숙련기술의 보유정도, 숙련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정도 등이 반영되면서 흔히 성과가 수치로 나오지 않는 안전분야의 경우 그동안 명장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정 그룹장은 이같은 그동안의 전통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정 그룹장은 노력하는 안전인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동안 안전과 관련한 기술사, 기능장 등의 30여종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수료하는 등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이런 노력을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그대로 적용시키면서,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안전현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그는 2000년 신지식인, 2006년 철탑산업훈장 등 안전과 관련해 각종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번 명장 수상을 자신의 안전관리 노하우를 산업현장에 널리 전파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정문조 환경안전그룹장을 만나, 명장 선정과 관련한 뒷이야기 그리고 그만의 안전신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안전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을 수상했습니다. 소감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감격을 안겨준 수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산업안전 분야에서 처음으로 명장에 선정되어 기쁨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산업현장 일선에서 묵묵히 산재예방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안전보건관계자분들을 대신하여 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재해예방 활동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Q. 명장으로 선정된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유관기관 및 정부, 그리고 지역의 안전보건협의회, 안전보건관계자 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정보를 공유해나갔던 것이 안전관리 활동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됐고, 이번 수상에서도 큰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회사의 안전관리자들 모두가 현재의 업무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나간다는 자세를 가지면서, 창의적인 안전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점도 이번 수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명장 선정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명장에 선정될 수 있는 분야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분야가 성과 및 숙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지만, 안전분야는 성과와 노력을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타 분야에 비해 쉽고 편한 일도 절대 아닙니다. 한 가지 기술이 아닌 여러 가지 기술의 최적안을 적용, 그에 따라 재해예방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계안전분야가 기계뿐만 아니라 전기, 화공, 건설관련 기술까지 다 아우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보면 타 분야는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많지만 우리 안전분야는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많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결과가 수치로 확실히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수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저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 안전분야에서도 많은 명장들이 탄생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최근 안전관리의 흐름이 환경분야까지 아우르면서 그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안전인들의 명장 수상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안전분야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동료의 사고 모습을 본 것이 제가 안전관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 때 동료가 안 다치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삶을 살면서 큰 보람이 들 것이라는 생각에 안전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명장 심사 때에도 저의 이러한 작은 꿈을 면접관들에게 적극 강조했었습니다. 부족한 것을 채워가고 아는 것을 공유·전파해서 지역 내 근로자들이 웃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려 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고, 그것을 면접관분들이 좋게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Q. 그룹장님께서 추구하는 안전관리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안전관리자는 작업자가 만족하는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저는 철저히 근로자들의 만족도 및 NEEDS를 고려한 안전관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위험설비 작업자를 대상으로 안전절차 준수여부에 대해 인터뷰하고 수행능력을 테스트하여 작업자 스스로가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안전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업장 전체에 안전관리 문화를 조성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Q. 그룹장님께서 펼치고 있는 안전활동 중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고 분석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비정상작업에 대해서는 LOTO 시스템(Lock Out, Tag Out)을 운영해 타인에 의한 조작 사고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장내 공사업체의 사고 및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사전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작업에 대해서는 안전확보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승인하여 작업토록 하는 제도를 전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에 따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으로 당사 40여개 협력업체에 대해 점검과 교육, 기술지도 사업을 꾸준히 실시하는 등 재해예방 분위기를 전 사업장에 확대하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제일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만 논란이 될 뿐,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룰을 위반하면서 지나가는 것이 우리 산업현장의 현실입니다. 안 다치면 당연하고 다치면 운이 없었다라는 인식이 사업주,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팽배하다보니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이의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적으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합니다. 정말로 안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안전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을 습관화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베이도록 하여 자기도 모르게 안전한 행동을 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학교, 가정 등에서부터 안전을 교육받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근로자들의 의식 못지않게 기업경영의 장본인인 사업주의 의식을 개선하는 것도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보면 우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안전인력입니다. 정말로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절대 못 줄이는 것이 바로 안전인력 입니다. 당장의 이익을 쫓아가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그런 상황 속에서는 안전이 절대 확보될 수 없습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탈세로 인해 문제가 되듯이 안전 분야의 경우도 사업주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두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업경영에 있어 근로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게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밖에 사업장 안전관리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우수한 안전관리 기법을 시행하더라도 관리감독자 및 근로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안전관리 부서에서 계획하는 모든 안전활동들이 현장 전체에 스며들 수 있게 지속적인 교육과 지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안전관리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우수부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부진한 부서에는 개선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토록 하면서, 모두가 함께하는 ‘자율안전관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야 안전관리 활동이 활성화됐지만, 여타 중소현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이에 대한 개선점을 짚어주신다면?

중소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안전시설 개선비용 지원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해예방 기관에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영세업체에 대한 점검과 지도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단,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조치 보다는 개선이 될 수 있게끔 지도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중소현장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의 책임과 역할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협력사에 대한 시설투자지원, 안전보건관리자 육성, 점검 및 교육지원 등 상생의 협력관계를 꾸준히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Q. 근로자와 사업주의 안전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안전담당자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신념 중 하나가 “어제하고 똑같은 활동과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어제와 같은 활동을 하고 결과가 달라지길 바란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하면 안전관리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들은 생산라인 관리자들과 마찰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전관리자가 현장의 설비에 대해 그리고 생산라인의 특성에 대해 모른다면, 생산라인관리자들과의 대화 속에 안전관리자의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생산라인의 특성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면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인은 물론, 대처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세세히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개선도 쉽게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안전관리자들은 작업환경의 변화에 맞게끔 안전신기술 및 신기법 등 안전분야의 역량을 강화시켜나가는 한편, 작업현장과 관련된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배워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장 현실에 맞는 교육훈련, 점검,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이클이 꾸준히 반복, 개선돼나가야 궁극적으로 안전한 작업현장을 만드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복잡·다양해지고 위험요인이 커지는 작업환경 속에 제대로 된 안전관리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같은 안전관리자들의 역량강화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업주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경영여건에 따라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사항을 뒷전으로 밀다보면 언젠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인한 직간접 손실비용은 엄청나다는 것을 사업주 여러분들께서는 꼭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작업자가 위험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생산성이 더 향상되면서 기업경영에 더 큰 성과가 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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