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9일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사회안전망 및 복지확충, 차별시정 강화, 근로조건 보호, 정규직 이행 기회 확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상생협력의 노사문화 확산 등 총 7가지 분야별 대책이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2012년부터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의 근로자 및 사업주 부담분을 1/3씩 각각 지원한다.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상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120% 이하를 받는 근로자와 그를 고용한 사업주다. 정부는 이를 내년 상반기에 시범실시한 후 하반기에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대책에는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 감독권을 부여키로 하고, 차별시정 신청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키로 했다.

또 심판 대리인 제도와 대표자 선정제도를 통해 차별시정제도의 활용도를 높여나가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으며, 제도적으로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더라도 동일 사업장내 근무하는 근로자간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개선 가이드라인’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유도를 위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공제 한도를 기존 1%에서 5~6%로 확대하고, 공공기관은 고용형태별 고용인원, 고용구조 변화 추이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책은 불법파견 시 사용 기간에 관계없이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 하도록 하여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를 강화키로 하는 등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는데도 중점을 뒀다.

경영계 “기업 경영부담 가중”, 노동계 “실효성 없는 대책”

정부가 야심차게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경영계는 기업경영을 무시한 조치, 또 노동계는 실효성없는 대책임과 동시에 비정규직 고용을 양산하는 조치라며 각기 다른 반대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비정규직의 보호를 기업에게 전가하는 조치로, 오히려 기업에 부담을 줌으로써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단위의 비정규직 활용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비정규직이 많은 회사는 무조건 나쁜 기업이라는 편견을 유도하는 것으로 형평성을 잃은 제도”라며 “또 원청 기업과 하도급회사는 근본적으로 별개 회사인데 사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원청기업이 직접 책임지라는 것은 시장경제질서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내고 “최근 주40시간제, 퇴직급여 등 각종 노동 관련 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마저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면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도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규직의 57% 수준인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논의가 없던 일로 됐고, 사회보험료 지원대상도 당초 10인 미만 사업장과 최저임금 130% 이하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겠다던 것에서 축소되는 등 기존 논의보다 크게 퇴보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여기에 대책이 법안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마련돼 실효성조차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차별시정신청권 보장 △영세저소득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 △복리후생 및 상여금 등에 대한 차별금지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입법 제정 △공공부문의 상시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비정규직 양산을 유도하는 공공부문 경영평가지침의 전면 개정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이외에도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근본대책 없이 보호에만 급급하면 비정규직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