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능한국인 한국철도공사 김성호 차장

 

“남들은 모두 안 될 거라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에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끝까지 추진한 결과 현재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 기능직으로 입사해 경영전략처에서 철도선로 유지 보수와 관련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나가고 있는 김성호 차장. 휴식을 취할 때도 기술 관련 카탈로그나 사진 자료를 본다는 열정적인 그를 고용노동부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어려운 형편에 고등학교도 포기

1967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난 김성호 차장은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김천직업훈련원에 입교하게 된다. 학업을 계속하기 보다는 직업을 빨리 갖는 것이 가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실습을 할 때마다 제 작품이 가장 정교하고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군대처럼 빡빡한 훈련원 생활을 견디느라 처음엔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계와 기술에 자신감이 생겼고, 결국 졸업전에 자격증도 취득하게 됐습니다”

훈련원을 졸업했지만, 어린 소년(16살)에게 직업생활이 쉬울 리 없었다. 더욱이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보며 학교생활에 대한 동경이 생기자 더욱 위축되고 힘들어졌다. 고민 끝에 고교 입시를 준비, 서울기계공고 기계과 야간반에 입학하면서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게 된다.

학교에 다니게 되자 그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훈련원과 직장에서 손에 익은 기능들이 학교에서의 체계적인 교육을 거치며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했던 것.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화 기계와 관련한 여러 중소기업에서 성실하게 일을 배워가던 그는 1998년 모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꿈꿨다. 그러나 IMF 앞에 회사는 매각의 시련을 겪게 되고 그 속에서 김성호 차장 또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국철도공사의 기능직 특별채용 기회를 갖게 됐고, 결국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철도공사에 입사하게 된다.

“사실 한국철도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기술, 기능을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계를 전공하며 배우고 익힌 기술을 토대로 선로보수에 필요한 장비를 고안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안목이 넓어졌죠. 제 손으로 현장에서의 크고 작은 문제를 개선해 나가면서 성취감도 커졌습니다”

한국철도공사에 입사 후 13여년 동안 그가 취득한 자격증은 총 13개. 여기에 ‘엔진동력기계 테스트 장치’ 특허를 포함해 5건의 특허 등록과 ‘선로 보수용 저상형 유압잭’ 실용실안 취득까지 기능인으로서 특출난 능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런 그는 2003년 행정자치부에서 개최한 ‘공무원 제안’대회에서 “레일 절손위치 확인장치”로 과학기술분야 금상과 옥조근정훈장을 표창받게 된다. 또 한국철도공사 사내 제안왕, 한국제안협회 3년 연속 ‘한국제안명인’, 한국신지식인협회의 ‘한국신지식인’ 등으로 연이어 선정되며 ‘아이디어 뱅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철도안전 위한 여러 기술 개발

그가 개발한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은 “레일 절손위치 확인장치”다. 이는 기차길(선로)의 끊어진 부위를 감지기를 이용해 신속히 발견하는 장치로, 향후 모든 철도현장에 보급되어 열차 안전운행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그가 야심차게 개발한 것이 바로 ‘레일 부식(녹) 제거 장치’이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선로에는 부식이 생기기 마련인데, 철도에 있어 이 부식은 건널목 제어회로 오작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선로 부식은 반복적으로 열차를 운행하여 제거해왔다.

그가 개발한 ‘레일 부식 제거 장치’는 궤도회로 점검 시, 에어 그라인더(Air grinder)에 와이어 브러쉬(Wire brush)를 부착한 장비를 이용하여 레일 부식을 제거하는 장치다. 열차의 안전운행을 확보함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까지 주는 1석2조의 개발품이다. 평소 전국 기계 관련 전시회를 빠지지 않고 참석한 뒤 정리해 놓은 노트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것이다.

이 모든 성과가 훈련원과 공업고등학교, 산업현장에서 기계와 씨름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때문이라며 겸손해 하는 그는 자신만의 성공 노하우를 귀띔한다.

“사실 다방면에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봅니다.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 그것이 기능인이 가야 할 진정한 길이라 생각됩니다”

더욱 안전한 철도 서비스 구현

그는 공사 입사 후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학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런 그가 직업과 학업에 관하여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요즘 학력 인플레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무턱대고 대학에 가기 보다는 먼저 취업하고 필요에 따라 배움을 이어나간다면 “직업”도 얻고, “배움”도 얻으면서 더 큰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성호 차장은 철도기술 적용 사례 및 아이디어 발굴 적용과 관련해 활발한 강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몸으로 익힌 자신만의 오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 더욱 안전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묻어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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