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의정부고용노동지청 전재성 지청장

안전에서 가장 지양돼야할 것은 ‘빨리빨리’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한 환경을 만들도록 교육해야
최근 포천시를 중심으로 경기 북부 지역에서 산업재해 예방 활동이 눈에 띄고 있다.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의 지역 특화 사업으로 ‘안심일터 사고제로 포천만들기’, ‘도소매업종 재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등 산업안전과 관련된 굵직한 사업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전재성 의정부고용노동지청장을 만나 관내 안전관리 활동과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의정부지청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지청은 경기북부의 의정부,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타 지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 △노사관계안정 △산업안전 및 재해예방 △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고용안정사업 및 취업지원 △실업대책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무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바로 산업안전입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 사업장 중 98.9%가 근로여건이 열악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산재 발생의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관내 지역 중 재해율이 비교적 높은 포천시에 대해서는 특화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산재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Q. 산업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안전은 근로복지 가운데 최고로 중요한 분야입니다. 근로자 안전은 곧 실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근로자가 장기요양이 필요한 재해를 당하거나 더 나아가 장애를 입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근로자 본인은 물론 근로자 가족까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산재로 인한 피해는 기업, 국가까지 확대됩니다. 바로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의 산재예방 문화를 평가해주신다면?

근로자의 안전은 산업화를 겪는 동안 구조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그동안의 산재예방 정책은 최소한의 인권보호와 안전을 위해서 직접적인 규제를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완화해 사업주의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 많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흔히 말하는 자율안전관리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자율에 의해 안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율이 지나쳐 방임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산업안전은 정책목적에 따라 규제와 자율(지원)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999년부터 계속되던 산재율이 지난해 0.69%로 떨어졌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으나 지난 10여년 이상 0.7%대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을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산재율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안전불감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개인보호장비의 보급률과 현장의 안전시설 등 작업환경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재해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근로자 본인이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산재를 당한 근로자를 면담하다 보면 “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났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아차사고였는지 분석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위험요인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의치 않고 넘어갔던 부분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안전불감증입니다.

이런 안전불감증은 성과지향주의로 인한 ‘빨리빨리 문화’에서 나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건설현장이나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가 ‘빨리빨리’입니다. 오죽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처음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얘기가 있겠습니까.

이런 ‘빨리빨리’ 문화가 안전에서는 가장 지양돼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빨리빨리’는 당연히 설치해야 될 안전시설과 교육 등은 생략해도 될 것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곧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Q. 관내 사업장의 산재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우리 지역의 재해율은 0.3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재해율인 0.43%보다 12% 감소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산업재해자수는 총 1,5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1명이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사망재해자수가 24명으로 1명 증가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이 바로 신규설립사업장입니다. 우리 관내에는 45,000여 개의 사업장이 있고, 한 달에만 대략 700~800여개 사업장이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보면 신규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1/4을 차지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업장의 재해발생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관내 전체 재해율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 의정부지청에서는 주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요.

관내 모든 사업장의 시설물을 점검하고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아시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에 저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재예방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 지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신규사업장 관리였습니다. 이는 설립 1개월 이내 사업장의 재해발생률이 기존 사업장의 8배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 지청은 신규사업장 사업주 및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과 점검을 크게 강화했고, 관내 사업장의 주요 구성원이 모인 업종별 협의체를 통해 각종 사고사례와 정부의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전파해나갔습니다.

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도 중점적으로 펼쳤습니다. 이런 활동의 결과, 신규 사업장의 재해발생률이 50% 이상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산재감소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포천시의 재해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상황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만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재해율도 관내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높습니다. 이에 우리 지청에서는 포천시의 재해율을 20%, 사망자를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안심일터 사고제로 포천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사업주 및 관리감독자 교육 강화 △업종별 캠페인을 통한 근로자 산재예방 의식 고취 △재해발생 사업장 집중관리 등입니다.

이 사업은 포천시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대한산업안전협회 경기북부지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도원, 대한산업보건협회 경기북부센터, 포천시상공회의소, 업종별 협의체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 성과는 벌써부터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포천지역 내 3대 업종(목재, 화학, 비금속)에서 사망재해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고, 재해자도 작년 90명에서 올해 84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재해율도 전년 대비로 약 10%가 줄어든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Q. 최근 도·소매업 재해예방 업무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약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관내 도소매업종에서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지청은 대한산업안전협회 경기북부지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도원, 대한산업보건협회 경기북부보건센터, 구리농수산물공사와 ‘도소매업종 재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달 16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업무협약 체결 후 우리지청에서는 이들 기관과 더불어 캠페인과 점검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도소매업종에서는 무지에 의한 산업재해가 많다고 판단해 사업주 교육도 매달 꾸준히 실시해나가고 있습니다.

Q. 지난 5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이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와 반응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 제도에는 강압적인 규제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진정한 목적은 언제나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도록 유도하는데 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일부 오해가 있어 사업주들의 거부반응이 있었으나 점차 과태료 부과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제도 시행으로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Q. 의정부지청의 향후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지청에는 섬유임가공업, 비금속 및 금속 제조업, 목제품 제조업 등 10인 미만의 영세하고 열악한 사업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장에는 시설 노후화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안전의식의 부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이들 사업장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활동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국내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안전교육은 ‘안전수칙이 이렇게 저렇다’, ‘어떤 것을 해야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이 머리에 각인시키는 식이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안전교육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1,700만 근로자 모두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안전을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안전과 보건은 관심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작업 시작 전 “오늘도 안전”이라고 서로 한마디 인사를 나눈다면 지금보다는 근로자들이 덜 다치고 덜 아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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