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근로자건강센터 노재훈 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

심리·건강상담, 운동처방 등 무료제공 건강한 근로자가 높은 생산성을 만든다

노재훈 연세의대 주임교수는 우리나라 산업보건역사를 이끌어 온 주역 중 하나다. 수십년간 대학에서 산업의학 의료인을 양성해 온 것은 물론 제11대 대한직업환경의학회(2008년 12월 ~ 2010년 11월) 회장을 맡아 산업의학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을 대표하기도 했다. 또 수많은 연구와 실험에 참여, 산업의학 발전에 앞장서 왔다.

이런 그가 건강관리에서 소외된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최근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4월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설립된 ‘인천 근로자건강센터’의 소장을 맡은 것. 중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주치의이자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겠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인천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떻게 생겨났습니까?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4월 12일 인천 남동산업단지와 시흥 시화산단, 광주 하남산단 등 3개 공단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들 중 인천 남동산단에 들어선 근로자 건강센터가 바로 ‘인천 근로자건강센터’입니다.

센터의 설립 목적은 인천 지역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즉 기존 산재나 직업병의 치료차원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예방관리차원으로 산업보건정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표명된 사례인 셈입니다.

2015년까지 모두 26개소로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산업보건관리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센터를 이끌어 감에 있어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건강센터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건강, 심리, 근골격계질환, 근무환경 등과 관련한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들이 퇴근 후에도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도록 저녁까지 문을 여는 등 근무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을 위한 맞춤형 의료시설인 셈입니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의무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이 사실을 더욱 많은 근로자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근로자분들이 건강센터를 별개의 의료시설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기타 민간의료시설과 비교해 센터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일반 민간병원이나 건강센터는 건강진단중심 또는 질병치료중심으로 진료체계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건강센터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임상심리사, 물리치료사, 산업위생기사 등 직업건강과 관련된 전 분야 전문가들이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이끌어 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예방 및 유지·관리중심인 것이지요.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건강 및 심리상담에서부터 운동처방, 체력평가, 근무환경 상담 등 모든 직업건강 서비스들을 한곳에서 논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밖에 앞서 조금 말씀드린 바 있지만 근무시간에 짬을 내기 힘든 근로자들을 위해 오후 9시까지 운영을 하고,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펼치는 것 등도 근로자건강센터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이지요. 아마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아닐까 싶네요.

Q. 건강센터의 이용 대상이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로 알고 있습니다. 제한을 둔 이유가 있습니까?

특별히 제한을 두었다기보다는 가급적 50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 대기업은 독자적으로 의무실을 운영하는 등 근로자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후생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는 반면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은 사실상 이런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곳 남동산단에는 1만여 업체에 7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중 90% 정도가 50인 이하의 소형 공장의 근로자입니다. 즉 근로자 대다수가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할 수 없는 영세한 업체에 있다 보니 사실상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센터는 이들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게 가급적 50인 미만의 사업
장 근로자를 우대하는 것입니다.

 


Q.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보건관리 수준의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보건관리 수준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관리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에 있다고 봅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근로자들이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 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보건관리 전담자가 없거나 대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체계화된 보건관리 덕분에 생산성이 높아진 케이스를 접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지요.

이러한 연유로 인해 대다수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보건관리에 쓰이는 비용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건관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강화 할 수 있는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에 훌륭한 보건관리 케이스를 많이 보여주고, 이를 통해 그들이 보건관리의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Q. 최근 제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보건관리의 영역을 건설업종 등 취약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저 역시 건설업, 서비스업, 하역업 등 산재다발 업종들을 보건관리의 주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대표적으로 건설업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대다수가 일용직으로, 체계화된 보건관리를 받기가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또 이들은 불규칙한 일정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뇌·심혈관계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은데다, 주 업무 대부분이 강도 높은 근력작업이라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성도 큰 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건설회사들이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위주로만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보건관리는 안전관리와 더불어 사고를 예방하는 양대 축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근로자는 당연히 사고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건설현장은 소음, 진동, 먼지 등 건강에 해를 끼치는 요인이 상당히 많은 곳입니다.

이런 점에서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관리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센터의 경우도 이를 염두에 두고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이동 건강상담, 방문 간이검사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늘고 있는 업무상 질병과 이에 대한 예방법 등을 일러주신다면?

과거에는 소음성 난청이나 진폐증 등 열악한 작업환경이 불러오는 질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 반복작업에 따른 근골격계질환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잘못된 생활습관에 기인하는 뇌심혈관계질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 3가지 질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규칙적인 스트레칭 및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사업주들께서는 근로자들의 정신·신체적 건강이 생산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사업장에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근로자분들께서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시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이들 프로그램의 운영을 장려하는 한편 올바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기술지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Q. 전국의 근로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센터를 소규모업체 근로자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저는 영세업체 근로자라면 누구나 근로자건강센터를 자신들의 주치의 또는 의무실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저와 우리 센터 의료진 모두는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사업주 및 근로자분들께서는 항상 여러분 곁에 믿음직한 건강 지킴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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