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환 농촌진흥청 농업재해예방과장 (농업연구관/농학박사)

농번기 대비, 미리미리 농기계 점검해야
안전수칙 숙지 및 보호구 착용은 ‘필수’
본격적인 모내기철인 5월에 접어듦에 따라 농작업재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마다 농번기가 되면 농촌에선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예방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한다. 실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전체 농기계 사고의 37%가 4월에서 6월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이들 사고의 원인 중 90%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나 교통법규 미준수 등으로 나타나 여전히 미흡한 농촌의 안전의식을 실감케 했다.
농촌진흥청 조광환 농업재해예방과장을 만나 농업재해현황, 안전한 농작업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농업재해예방과와 과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농업재해예방과는 농업기계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 농작업 사고 실태조사, 안전한 농작업 기계·기구 개발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부서입니다.

예전에는 시험평가과라 하여 농기계 검정 업무를 주로 담당했었으나, 조직 개편 등을 거치며 2009년부터 앞서 언급한 업무를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대와 일본 쯔구바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1986년부터 농진청에서 농업 관련 업무 및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농산가공기계과장 등을 거쳤으며, 농업재해예방과장은 2009년 11월부터 맡아오고 있습니다.

Q. 재해예방부서의 장으로서, 남다른 안전신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저와 우리 부서 직원들의 신념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농작업에 있어서 안전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농작업은 일반적인 노동현장에 비해 작업조건이 열악한데다 항상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비된 조직과 체계를 바탕으로 안전을 하는 일반 사업장과 달리 농촌은 대부분 농민 스스로가 직접 안전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와 우리 부서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안전성 높은 제품이 농민들에게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등에 있어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Q. 국내 농업재해 현황(실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농업재해는 농기계 등으로 인한 농작업사고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장기간 농작업시 농업인에게 나타나는 신체증상인 농부증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들 재해의 발생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으나 현재는 정부 당국과 지자체, 관련 기관 등의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먼저 농작업사고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연간 농기계 1만대당 약 325~332건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31~82건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또 교통사고도 1990년대 후반 연간 1만대당 약 26~28건이 발생했었지만 최근에는 16~18건으로 감소했습니다.

농부증의 경우는 조사표본의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 조사를 통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농업재해의 주요 원인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조금 말씀 드린 바 있듯 농업재해의 주요 형태는 농기계 안전사고와 농부증, 근골격계질환입니다. 주요 원인은 농기계 안전사고의 경우 부주의, 운전미숙, 복장불량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교통사고는 전방주시태만, 음주운전, 앞지르기 위반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고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밖에 농부증은 과로, 장시간 작업, 농약·제초제 등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 매우 춥거나 매우 더운 환경에서의 작업, 부실한 영양 및 위생 상태 등이 주요 원인이며, 근골격계질환은 반복작업, 잘못된 작업자세 등이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Q. 그간 농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펼친 활동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농기계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개발·보급하는데 주력해왔습니다. 원래 경운기 등의 농작업 운반기기는 도로주행을 하면 안 되지만 작업여건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보니 상당수가 도로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기의 경우 대부분 저속차량인데다 운전자 보호장치도 미흡해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특히나 야간에는 특별한 식별장치가 없다보니 위험성이 더욱 커집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는 그간 등화장치, 저속차량 표시등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기준을 갖춘 장비가 보급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또 저희는 농부증, 근골격계질환 등 농작업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구나 편의장치의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농작업에는 쪼그려 앉아서 하는 작업이나 장시간동안 위를 보고하는 작업, 농약치기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 중량물을 운반하는 작업 등 인체에 무리를 주는 작업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들 작업의 경우 올바른 작업방법을 일러주는 안전작업지침이 있으나 아직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신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중량물 취급 요령, 안전한 농약사용방법 등 다양한 안전작업지침서를 제작·배포하는 한편 간이운반차, 휴대용작업의자 등 작업을 보다 편하게 하는 편의장치도 개발·보급해왔습니다.

이밖에 농민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서 지자체, 경찰청, 농협 등과 함께 안전교육이나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Q. 농작업 사고를 줄이기 위해 농민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작업에 임하기 전 농기계와 그 주변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을 하고, 작업내용에 적합한 복장 및 보호구를 필히 착용해야 합니다. 둘째 운전석 및 트레일러에는 동승자를 태우지 말아야 하며, 작업 중 농기계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가동을 멈춰야 합니다. 셋째 부득이 하게 도로를 주행할 경우에는 절대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되며, 운전을 할 때는 꼭 방어운전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도로 진입 전에는 항시 도로 가장자리의 강도를 확인해야 하며, 운전 중에는 기본적인 운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넷째 야간과 악천후 시 농기계를 운행할 때는 꼭 등화장치를 부착, 작동해야 합니다.

Q. 위 질문에 더해 농부증과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사항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과로를 삼가는 한편 부적합한 자세로 장시간 일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득이하게 장시간 서서 일할 경우에는 입·좌식 의자나 발판을 사용해야 하며, 무거운 물건을 다룰 때는 보조기구를 꼭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신체부위를 비틀거나 뒤로 젖히는 등의 불편한 자세는 피하고, 자세를 수시로 바꾸어 다양한 근육을 이용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농사일의 특성상 파종과 수확기 등 이른바 농번기에 작업량이 몰리는 것을 감안, 이 시기에는 노동량을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꼭 세우고 작업에 임하셔야 합니다.

Q. 이제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 더욱 유의해야 할 사안을 추가로 말씀해 주신다면?
농번기에 접어들게 되면 바쁜 일과로 인해 농기계의 점검·정비 등에 소홀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리미리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농민들께서는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기계·기구에 대한 사전 정비를 실시하는 한편 사용설명서 등을 통해 꼭 올바른 취급방법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또 바쁜 농번기라는 이유로 너무 일에만 매진하시는 것은 건강에 큰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2시간마다 10~20분씩 휴식시간을 가지시길 권해드립니다.

Q. 끝으로 농민들에게 당부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농진청과 농업재해예방과는 앞으로도 농민분들이 더욱 안전하게 기계를 운전할 수 있도록, 또 더욱 쉽게 수리·정비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 농민분들이 즐겁고 쉽게 안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자료의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저희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농업재해 감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농민들께서는 농기계가 한순간이라도 주의를 게을리 하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항상 신중한 자세로 농기계를 다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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