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근 2년간 산재가 다발한 9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는 사실상 국회에서 열린 사상 첫 산업재해 기업 청문회였다. 여기에 임시국회 회기 중 상임위 차원에서 대기업의 CEO들을 대거 불러 세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에 국민들의 이목이 이번 청문회에 집중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날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쉬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먼저 솔직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산재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고백하고, 이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대화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질책과 경영자들의 사과가 차례대로 반복되는 모습이 주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그러하다.

6년 연속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한영석 대표가 “사고 유형을 보니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서 많이 일어났다”며 산재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고, 지난해 10월 과로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한 쿠팡풀피먼트서비스(CFS)의 조셉 네이든 대표가 “해당 작업장은 사업장 내에서도 업무 강도가 가장 낮은 곳이었다”고 이야기한 것 또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해당 청문회에 대해 ‘아무런 의미 없는 정치 쇼(Show)에 불과했다’고 비난하고 평가를 마무리 짓기에는 이르다.

쿠팡풀피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총 239건의 산재 신청이 있었고, 이중 68건(28.5%)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체 사업장의 평균인 8.5%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조셉 네이든 대표는 “불인정 의견 건수 차이를 알지 못했다”며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 5년 6개월 간 40명의 근로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뭇매를 맡은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반영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으며 노후시설의 개선 및 감독, 하청노동자 관리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정당 또한 이 자리에서 산재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금년부터 감독체계를 전환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까지 산재사고 사망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말했으며, 정의당은 중대재해 발생 대기업에 대한 현장검증단을 운영하고 노후설비 현장대책반을 꾸린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처럼 청문회에서 보여준 기업의 반성과 약속,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다짐이 ‘무의미한 퍼포먼스’가 아닌 ‘진심이 담긴 굳은 의지’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기업은 이날 이야기했던 재발방지 대책을 실천하며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며, 정부와 국회는 철저한 관리감독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부디 모두의 기대와 바람이 현실로 이어져 더 이상 근로자들의 소중한 삶을 허무하게 잃게 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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