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증가세 지속될 경우 금융안정에 위협”
은행 가계대출 100조원 대 증가

지난해 가계 부채가 사상 최초로 1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집값.주가 상승으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서 주식 투자)’ 열풍이 지속된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모두 40조 4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 비은행,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은 1682조10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까지 감안하면 1720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섰다. 가계 빚이 지난 2013년 1000조대로 올라섰던 것을 감안하면 7년 만에 무려 700조가 증가한 셈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연중 112조원으로 1년 전(56조2000억 원) 수준의 두 배에 달했다. 그 중 은행 가계대출만 100조7000억 원 불어나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대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 매매거래량, 58.9% 증가
이처럼 가계 빚이 급증한 원인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각종 생활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주택매매 자금, 전세자금, 주식투자 자금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주택매매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 빚 증가세를 부추겼다. 실제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127만9305건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58.9% 증가했다. 이와 함께 주식 시장 호황으로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신용대출 역시 많아졌다. 은행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 역대 가장 큰 폭인 32조4000억 원 늘었다.

가계 빚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안전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지고, 연체율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가계부채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상당하기 때문에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의 심사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DSR 관리 기준을 차주 단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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