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할 수 있는 역량 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지할 수 있는 역량 필요
  • 승인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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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다양한 변화들이 발생했다. 특히 일터에서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근로자들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것은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긍정적인 변화다. 분진이 비산하는 작업장에서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던 근로자들이 이제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도 하루 종일 작업하는데 익숙해졌다. 보호구 착용이 체화된 것이다. 또한 유해화학물질이 손이나 피부에 닿아도 제대로 세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수시로 손 씻기를 하면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자율적인 건강관리 역량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1년 동안 이어온 이 전쟁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위력을 실감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위험요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아주 가까이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일하는 사업장에는 수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다양한 요인이 산업재해를 유발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눈에 보이는 요인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산재를 감소시키고, 사고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해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에 사고성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855명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28명(50.1%)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규모별로는 50명 미만 사업장이 660명(77.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해의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347명(40.6%)으로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285명(3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같은 현황을 토대로 사고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50명 미만 사업장, 떨어짐 재해, 고령근로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계적이고, 단편적인 해법이 근본적인 개선대책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와 같은 해법으로 산업재해 절반 줄이기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이른바 K방역이라 불리는 대응을 통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관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K방역의 모델을 산업재해 예방에도 적용해 보자.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훈련받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가 현장에 파견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다.  특히 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때는 기계적 요인,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간공학적 요인, 사회 심리적 요인, 관리적 요인까지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양적 연구뿐만 아니라 질적 연구를 통해 산재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고, 그것을 언제든지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현장의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 스스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조심하여 안전수칙을 준수하게 되고, 관리자들도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우선 훈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안전보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은퇴자, 안전보건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역학조사관처럼 활용한다면 사고의 원인 규명에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정형화된 체크 리스트가 아니라 반구조화된 양식을 사용하여 개인적 요인, 환경적 요인, 관리적 요인, 제도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원인이 규명된 재해 사례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반복재해, 유사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빅데이터를 과학적인 기법으로 심층 분석하여 관련 요인을 규명하고, 교육 자료를 개발하는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산재 조사가 위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보다 더 심층적인 조사를 수행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요인의 분석이 필요하다. 매년 2000명씩 발생하는 산재 사망자에 대한 사례에서 진실된 교훈을 얻어 산재를 예방한다면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더 이상 일터에서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는 2021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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