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20년 10월 8일 밤 발생한 울산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는 2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으나 강한 바람에다 건물 외벽에 남아 있던 불티가 간헐적으로 계속 되살아나서 16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일반적으로 건물에서 발생된 화재가 이렇게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이렇게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도 사망 또는 중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데에는 거주자와 소방당국의 발 빠르고 적절한 대처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상복합아파트 같은 고층건축물의 안전시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평상시 눈여겨보고 사용방법을 알아두기 바란다.


첫째, 피난안전구역의 위치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건축물의 피난 및 안전을 위하여 건축물 중간층에 설치하는 대피공간을 말한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제14조)에 따라 50층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안전구역이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돼 있다. 

또 30층 이상 49층 이하인 준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안전구역이 건축물 전체 층수의 1/2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층 이내에 1개소 이상 설치되어 있다. 가령 30층 건축물이라면 일반적으로 15층에 피난안전구역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16층 이상 29층 이하인 복합건축물은 30층 이상 건물과 같이 한 층 전체를 비워두는 것이 아니고 지상층별 거주밀도가 1.5명/㎡를 초과하는 층에 대해서 사용형태별 면적 합의 1/10에 해당하는 면적을 피난안전구역으로 설치하고 있다. 다만 49층 이하인 건축물은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복합건축물에만 적용된다.

이들 층에 지하층이 있는 경우에는 그 건물 안에 문화 및 집회시설, 판매시설, 운수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유원시설업의 시설 등이 있으면 피난안전구역 면적 산정기준에 따라 피난안전구역을 설치되어 있거나, 외기에 개방된 공간으로서 건축물 사용자 등의 보행·휴식 및 피난 등에 제공되는 공간이 설치되어 있으니 미리 그 위치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둘째, 피난용 승강기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30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에는 승용승강기 중 1대 이상을 피난용승강기로 설치하여 일반인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의 30층 이상 또는 120m 이상의 고층건축물은 300동이 넘으며,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의 초고층건축물도 20동 가까이 있다.

대표적인 고층건축물의 피난승강기 설치현황을 살펴보면 지상 123층, 지하 5층의 제2롯데월드의 경우 전체 승강기 64대 중 피난용 승강기는 19대로 그나마 피난용 승강기 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피난용 승강기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일반 시민들은 화재 시 이용할 수 있는 피난용 승강기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화재 시 엘리베이터는 무조건 사용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피난용 승강기의 존재를 안다고 할지라도 이용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고층 및 초고층건축물에 피난용 승강기의 설치대수를 늘리고, 피난용 승강기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피난용 승강기의 위치를 잘 파악해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의 설치 및 작동여부를 확인하자.

이번 울산 아파트화재에서도 지상대피가 용이하지 않자 옥상으로 대피하여 54명이 구조된바 있다. 재난영화 ‘엑시트’에서는 독가스테러가 발생하여 유독가스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하려 하지만 굳게 닫힌 옥상 출입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16조의2)에 의하면 주택단지 안의 각 동 옥상 출입문에는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 옥상문 개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2016년 법 개정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만 적용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2016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에는 법적으로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 아파트화재 사고는 옥상문 개방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옥상이 있는 건물에는 반드시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고 이의 작동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건물에 안전시설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의 사용방법은 어떠한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할 수만 있으면 평상시에도 자주 이용해 보도록 하자. 이를 통해 실제 재난발생시 즉각적으로 사용하여 나와 우리가족, 이웃, 동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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