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올해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PB상품 상자의 82.9%에 손잡이가 설치된다. 고용노동부가 “반복적인 상자운반 작업이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마트산업노조 등 노동계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제조업체와 주요 택배사, 온라인 유통사도 이러한 취지에 깊이 공감해 동참의 뜻을 내비쳤다.

이 ‘상자 손잡이’라는 작은 변화로 인해 마트 및 택배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허리에 전달되는 부하 중 약 10%를 줄이게 됐고, 체감 7kg 가량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근골격계질환이나 상자 운반 중 발생하는 사고의 예방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위한 작은 변화의 바람은 서비스·유통업계에서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산업현장 과중량물 해소를 통한 산재 저감 국회 토론회’에서는 “시멘트 포장단위를 기존의 40kg에서 근로자의 신체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긍정적으로 논의됐다.

2013년 삭제된 ‘40kg’이라는 규격기준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재해 및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의견에 국회, 노동계, 산업계가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작은 변화지만 이 변화가 가지는 의미는 사실 매우 크다. 특히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각 기업들이 얼어붙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비용을 더 지출하며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실상 강제규정 없이 나타난 사회적 변화였기에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되고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더 많은 업종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이 얼마나 더 오랫동안 지속되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될지 그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아마도 기업들이 느끼는 무게는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과중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사람의 목숨’, 그리고 ‘안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최우선의 가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가장 소중한 가치인 안전은 작은 노력, 사소한 관심으로도 얼마든지 지켜낼 수 있다.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용절감’과 ‘효율성’ 같은 경제적 논리가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시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 모두의 노력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에도 잊혀서는 안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는 모두의 작은 노력으로 누구도 삶의 터전에서 다치지 않는 2021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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