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려 숨진 노동자가 사망 이후 7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았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1일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A씨 유족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A씨의 폐암을 산재로 판단했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4년 6개월, LG디스플레이 LCD 파주공장에서 7년 가량 근무했고, 2012년 6월 폐암에 걸려 이듬해인 2013년 6월에 사망했다. A씨 유족은 2014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2017년 3월, 과학적으로 엄격한 인과관계를 직업병 입증의 요건으로 제시하며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우선 반도체나 LCD 공정에서는 전리 방사선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클린룸 환기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A씨가 16년 정도 흡연력이 있으나 기저 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는 데다 폐암이 매우 급격하게 진행된 점 등으로 볼 때 업무상 유해요인이 질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반올림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발생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 추론을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며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은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해자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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