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부주의로 인한 人災, 사상자 5000명 넘어설 전망
내각 총사퇴…“참사는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의 모습.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5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의 모습. 이미지 제공 : 뉴시스

 

2015년 중국 텐진항 폭발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레바논 베이루트항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상자만 5000명이 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10분께 레바논 베이루트항 질산암모늄 적재 창고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당시 창고에는 질산암모늄이 2750톤 가량 적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당시 하늘에 버섯 모양의 커다란 구름이 피어 오를만큼 위력이 컸다. 지중해상으로 200km 넘게 떨어진 키프로스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또한 폭발의 여파로 창고가 있었던 자리에는 축구장 크기의 분화구가 생겼고, 시내 곳곳의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훼손됐다.

13일 현재까지 171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민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건물 잔해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깔려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참사의 후폭풍은 거세다. 사고 직후부터 레바논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지난 10일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폭발사고는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며 “현 내각이 국가를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부패 시스템이 국가보다 컸다.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질산암모늄 압수 후 방치

사고 발생 직후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참사는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한 인재로 드러났다.

항구 창고에 6년간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 2750톤이 폭발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고 이전에 질산암모늄 이전 요청이 있었지만 정부 당국에 의해 무시됐다.
레바논 최대 일간지인 알 줌후리야(Al Joumhouria)는 지난 5일 레바논 보안기관이 최고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항만 정례 점검 보고서 등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레바논 보안기관에 따르면 질산암모늄 2750톤은 지난 2014년 몰도바 국적 선박에 실려 아프리카로 향하던 중 고위험성 폭발물이라는 이유로 레바논 당국에 압류됐고, 이후 레바논 법원의 명령에 따라 베이루트항 창고에 보관돼 왔다.

레바논 보안기관은 지난달 20일 제출한 항만 정기 점검 보고서에서 고위험성 폭발물인 질산암모늄이 보관된 베이루트항 창고의 출입문이 훼손되고 벽에 틈이 생기는 등 관리 상태가 열악하지만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설 수리와 경비원 확충 등의 조치도 촉구했다.

즉,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정부, 100만 달러·구호물품 긴급 지원

우리 정부는 대규모 폭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레바논에 대해 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또한 현지에 주둔 중인 동명부대를 통해 의약품과 생필품 등 구호물자를 긴급지원할 예정이다. 동명부대는 우선적으로 마스크 등 생필품 6000세트(부대 보관 중)를 레바논 정부에 전달하고, 의약품 등 구호물자 4000여 세트를 현지에서 구매하여 추가로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레바논 정부가 유엔임무단을 통해 요청할 경우 물자·장비 등 추가 지원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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