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지난 7월 10일 여섯 번째 국가안전대진단이 마무리됐다. 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실시돼 왔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정부는 점검기간과 대상, 참여 기관수를 줄여 단행했다. 코로나19로 국가의 행정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도, 정부가 안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또 감사원이 발표한 ‘국가안전대진단 사업 추진실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안전대진단에 264만여 명이 참가하여 총 240만여 개소의 전국 시설물들을 점검했다. 그 결과, 위험요인 및 결함이 발견된 18만여 개소를 보수.보강 조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국민들이 자체점검, 안전신고 등을 통해 적극 참여하며, 기존 안전점검체계에서는 찾지 못한 크고 작은 생활안전 관련 위험요소를 발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수년간 축적되며 범국민적 안전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도의 도입과 취지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테지만, 그 실행과정에서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느낌이 없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지적사항이 없었던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병원에 설치된 비상발전기와 산소 호흡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방화문도 제 역할을 못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발견.개선되어 제대로 작동됐다면 그 피해 역시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안전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이 누락되거나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문제도 있었다. 점검대상을 자율적으로 선정하다보니 비교적 접근이 쉬운 시설은 반복 점검하고, 현장 접근이 어려운 시설물은 오히려 점검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비전문가가 잘못 점검하거나 실제 점검을 하지 않고도 점검한 것처럼 보고한 사례도 있었다.

사후 관리체계도 미흡했다. 화재안전특별조사의 경우 점검 후 시설물 안전등급을 부여해 낮은 등급은 관할 소방서에서 집중 관리토록 하고 있는 반면, 국가안전대진단은 시설물에 대한 위험도 평가는 실시하지 않고, 개별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여부만 관리해왔다. 정밀안전진단과 석면조사를 받도록 지적받은 시설물들을 1년 넘게 방치하는 사례도 상당했다. 종합해보면, 범정부 차원의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허술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내년 국가안전대진단부터는 이러한 미흡함과 허술함을 말끔히 털어버렸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선택과 집중’으로 내실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확충하고 점검 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두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수십 만 곳에 달하는 전국 시설물의 안전을 면밀히 살피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적해 온 사고 통계 등을 바탕으로 위험도가 높은 시설물을 우선 점검하는 방안도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조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도.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수다. 근본적으로는 안전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안전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면 안전수칙 미준수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이 수년간 실시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범국민적 안전문화 확산은 물론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안전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는 더욱 공고히하고,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미숙한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국가안전대진단은 분명 우리나라 재해예방대책의 가장 큰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