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2017년 1월 고용부 본부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제 위반과 관련하여 처벌을 삼가라는 내용의 지침을 지방관서에 시달하였다. 처벌을 삼가야 하는 이유와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논리가 제시되었다.

“안전보건관계자의 법정 업무 중 개별 1~2개 업무가 수행되지 않은 경우, 반드시 전반적인 업무수행실태를 확인하여 사업주가 해당 안전보건관계자에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거나 업무 여건을 조성하였는지 판단한 후, 사업주가 업무수행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거나 전반적인 권한을 부여하였다 하더라도 안전보건관리 외 타 업무 부과가 현저히 많아 정상적인 안전·보건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특히 위험성평가 미실시의 경우 위험성평가 조항(법 제41조의2) 자체에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안전보건관계자에 의한 위험성평가의 미수행만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해서는 안된다.”

산안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보건관계자에 대한 각각의 법정 직무가 정해져 있고, 사업주가 이들로 하여금 해당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본 지침에서는 1~2개 업무가 수행되지 않았음에도 사업주가 안전보건관계자에게 업무수행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업무를 현저하게 부과하지 않았다면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

이는 사업주의 안전보건관계자에 대한 의무에는 업무수행권한 부여 등 직무수행여건 조성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계자의 해당 직무에 대한 지도감독 등의 의무까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따른 매우 잘못된 논리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관계자에게 업무수행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업무를 지나치게 많이 주지 않았지만 해당 업무에 대해 지도감독이나 기타 예방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법 위반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논리라면, 사업주가 안전보건관계자에게 업무수행권한 부여 후 이들의 업무수행을 방치하였더라도, 이런 경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계자의 직무수행이 부실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러한 논리가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의 취지와 내용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산안법에서 위험성평가 조항(현행 제36조, 개정 전 제41조의2) 자체는 처벌은 수반되어 있지 않지만, 모든 안전보건관계자의 직무에 위험성평가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이상, 사업주가 안전보건관계자에게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직무수행 여건을 조성하지 않았거나 지도감독 등을 하지 않았다면 비록 하나의 업무 미수행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법해석이다. 따라서 위험성평가 미수행만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법리에 전혀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보건관계자의 직무에 포함되어 있는 업무는 하나하나가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1~2개 업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게 산안법의 취지이자 논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위 고용부 지침에 따르면, 1~2개의 업무 미실시는 위법하지 않고 3~4개의 업무 미실시는 위법하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은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불합리한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지만, 고용부 지침은 행정권이 법의 취지와 내용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법적인 법해석을 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체제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몰이해가 낳은 예고된 참사이다. 안전보건관리체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행정기관이 이를 활성화하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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