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안전은 국민 삶의 기본이고 성숙한 사회의 첫걸음이다. 꾸준하게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안전이 결코 비용의 낭비가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부 개정 산안법의 하위법령을 심의·의결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바와 같이,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안전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소모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 성장기에 만연했던 ‘빨리 빨리 문화’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안전의 가치는 생산성에 밀리게 됐다. 심지어 안전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저해한다고 오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산업재해 예방이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산업재해가 기업의 경영성과(成果)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KOSPI, KOSDAQ에 상장되어 있는 586개 제조업 기업의 공시 재무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산업재해는 기업의 경영성과(매출액, 영업이익액, 영업이익률, 매출액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재해율이 1% 증가할 때, ‘1인당 매출액’은 약 1215만원~1431만원, ‘1인당 영업이익액’은 약 211만원~247만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해율 1% 증가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1.11~1.21%p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분석대상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57%인 것을 고려하면 그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재해율이 1% 증가하면 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약 10%(0.45~0.71%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상장되지 않은 소규모 기업까지 포함해 분석한다면 산업재해가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산업재해 예방은 단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의 경제 여건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영상 예산절감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안전관리 및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할당하고 있던 예산을 줄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점인 것이다.

허나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에 대한 투자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안전에 쏟는 경제적 비용과 노력, 관심을 줄이는 것이 당장에는 좋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기업경영에서 씨앗은 다름 아닌 노동자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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