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재발 시 시효 다시 시작으로 봐야”

산재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완치 후 재발했다면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5년 주유소에서 근무하던 중 수산화나트륨을 온몸에 뒤집어써 각막에 화상을 입었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 승인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외상성 백내장 진단을 받고 다시 요양을 신청했으나, 공단 측은 기존의 사고로 백내장이 발병된 게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막 박리 증상까지 생긴 A씨는 지난 2018년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됐다며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첫 사고로 인한 요양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 급여청구가 가능한 시효는 소멸됐다며 거부 처분했다. 이에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도중 사망해 배우자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A씨 측은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 시점은 시각장애 진단을 받은 지난 2018년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보상법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고 증상이 고정된 때부터 청구 시효가 시작된다고 보는데, A씨는 지난 2018년에서야 각막 화상 등을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는 입장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1심은 “진료기록감정의는 ‘2005년 8월 5일자 진료기록상 각막은 깨끗하다는 소견으로 각막 화상에 대한 치료 종결일은 2005년 9월 30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다”라며 “A씨의 연령 및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백내장이 각막 화상으로 인해서만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2심에서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지난 2005년 7월 22일부터 2017년 2월 7일까지 백내장 수술, 유리체 절제수술 등 다양한 수술이 있었다”면서 “A씨는 외상성 백내장으로 요양 불승인 결정을 받았고, 망막 부분에 대해서는 신청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각을 달리 했다. 첫 사고로 발생한 각막 화상이 완치됐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으로 망막 박리까지 이어졌다면 시효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옛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그 질병이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악화돼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재요양을 받을 수 있다”며 “재요양 후 치유된 다음 달부터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는 기존에 장해급여를 청구하고 있지 않던 중 시효가 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요양 종결일인 지난 2005년 증상이 치유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후 망막 박리 등이 발생해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라며 “A씨가 적절한 시점에 망막 박리 등에 관한 재요양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장해급여 청구권을 새로 취득하고 이때부터 소멸 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