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경제위기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면 안돼"
재계, "기업생존 위해서는 고통분담 필요"

최저임금위원회가 위원구성을 완료하고 첫 번째 전원회의를 열며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이달 말인 29일 심의 법정 시한을 앞두고 있음에도 노사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협상 과정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1차 전원회의가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일정상 불참한 민주노총 위원 4명을 제외한 23명의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모여 첫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앞선 지난 8일 고용노동부는 제 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6명(보궐)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으로 이루어지는데 올해의 경우 사용자·공익위원은 기존 구성에서 별도의 교체가 없다. 이에 보직변경, 사퇴서 제출 등으로 6명의 인원변경이 있던 근로자위원이 위촉 완료됨으로써 전원회의에 착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바 있다.

올해 위촉된 근로자 위원 9명을 살펴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5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4명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민주노총이 추천한 윤택근 부위원장과 김연홍 기획실장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강성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노동계가 강성파를 협상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올해 최저임금 상승률이 2.9% 수준에 그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힘든 여건인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적정 수준의 인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논평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상적 임금 교섭과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임금 동결은 경제 위기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며 이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소비를 위축해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아직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최저임금을 동결한다는 것은 모순된 논리”라고 했다.


◇재계, 경제난 극복 위해 임금 동결 혹은 삭감 불가피
반면 재계는 ‘최저임금 동결론’으로 맞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노동자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계는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 주도로 시작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도 임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요구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안에는 임금의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재계가 여론을 통해서도 임금 동결에 대한 입장을 적극 펼치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개 경제단체와의 공동정책 건의사항에서 “노동계가 기업을 함께 살리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임금과 고용 대타협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중소기업의  88.1%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자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들은 올해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을 넘기는 등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노사정이 코로나19 위기에 공감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한 만큼 거기에서 큰 뼈대를 잡아주면 시간이 촉박해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로,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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