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감염병 예방조치, 사회 규범화 필요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11일 현재 세계적으로 720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40만 명을 육박하는 추세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감염병 위기는 노동자 안전보건의 관점에서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를 비롯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수위는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전염병 예방과 퇴치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 WHO)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감염병으로 촉발된 노동자 안전보건의 위기 및 그 대응방안에 대해 WHO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 본 기사는 WHO 언론대응팀과의 서면질의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Q. WHO에게 있어 안전보건이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노동자들이 일터에 출근해 죽거나,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그것이 바로 안전보건입니다. 안전보건은 글로벌 공중보건을 증진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부실한 안전보건관리는 한 나라의 GDP의 약 4%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35억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만, 불행히도 이 가운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의 안전보건도 더욱 더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때 필요한 것은 정부, 공중보건당국, 사업주, 노동자 단체 간 긴밀한 협력과 연대입니다. 우리 모두 이 같은 위기가 단순히 한 나라, 한 기업,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통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대응해 나갈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Q. 안전과 보건의 관점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인류 문명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 즉, 흑사병은 본격적인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으며, 1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의 고용 시장 및 산업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대대적인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조치를 통해 스마트폰, 통신 서비스 등 정보통신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노동 시장 및 경제 전반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경제, 인공 지능, 로봇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때문에 WHO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일상화 될 수 있는 재택근무, 온라인 공유 작업 등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변화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노력할 계획입니다.


Q. 코로나19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각 사업장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의 폐쇄조치를 완화하고 사업장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사업장의 문을 열기를 당부 드립니다.

정상적으로 운영을 이어오고 있던 사업장 역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비롯해, 최소 1m 거리두기, 수시로 환경 정화 및 소독 등 기본안전보건 수칙 준수 및 작업환경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독립성을 갖춘 수준 높은 직업건강 시스템과 그에 걸맞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산업현장에서 체계적인 보건시스템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전 세계 노동자 가운데 오직 15~20% 가량만이 양질의 보건관리 서비스 혜택을 받는 등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Q. 코로나 감염병 사태를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난관은 바로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사실 개개인의 행동을 밀착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안타깝게도 현재 백신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올바르게 행동해주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는 결국 각 개인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무심코 한 행동이 자칫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음을 깨닫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일 때 비로소 사회적 규범으로 안착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Q. 한국 기업, 노동자, 안전보건 관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보건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사업장 내 예방중심의 안전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원청의 경우 협력업체에서 우수한 안전보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제 안전과 보건은 정부, 기업, 지자체 모든 곳에서 사업 전략에 포함돼야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며 다시금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감염병 외에도 극심한 기후변화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공중보건 위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합심해 안전보건을 강화해 나갈 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