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많은 의무는 사업주에게 부과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많은 조문이 사업주가 ‘하여야 할 것’ 또는 ‘하여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하여 정하고 있다. 즉, 사업주 책임으로 되어 있다. 이 경우 사업주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법인회사의 경우에는 법인 그 자체이고, 개인회사인 경우에는 개인경영주를 말한다.

사업주 책임은 사업주에게 부과되어 있지만, 법인회사이든 개인회사이든,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체적인 책임을 직접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 사업주로부터 위임을 받은 공장장, 부장, 과장, 현장감독자 등 이행보조자를 통해 그의 책임이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법인회사인 경우, 행위능력이 없는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체적인 책임을 직접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그 조항의 위임을 받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에서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개구부 등을 제외한다)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사업주인 회사가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할까. 회사는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회사를 대신하여 실제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가 필요하다. 사업장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는 자가 관리·감독자이다. 관리.감독자는 사업주의 행위자 또는 대행자라고 할 수 있다.

관리.감독자는 회사가 사업주 책임으로서 행하여야 할 작업현장에서의 위험방지조치를 ‘사업주 책임의 행위자’로서 실시하여야 한다. 이것이 관리.감독자의 ‘사업주 책임의 행위자의 의무’라는 것이다. 이 의무에 위반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형사책임이 물어지게 된다. 그리고 관리.감독자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즉 산업재해, 특히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

관리.감독자와 관련된 벌칙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와 제168조에 주로 규정되어 있다. 제168조에 해당하는 경우(안전조치기준, 보건조치기준 등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제167조의 벌칙에 해당하는 경우(산업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리고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영업체를 제외하곤 기업은 권한의 위임이라는 원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사업주의 법적 의무는 사업주가 직접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 감독자 등을 통해 이행하게 된다. 그 결과, 관리자, 감독자에게는 설령 법에서 명시적으로는 의무가 부과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각자의 업무영역에서만큼은 사업주의 법적 의무가 그대로 자신의 의무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를 대리하여 사업주의 법적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관리.감독자가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사업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다. 산업재해,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관리.감독자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위반행위자로 처벌되는 것도 그들이 사업주를 대리하여 일정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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